우리는 줌을 통해 가장 먼저 루시와 인터뷰했다. 루시는 7명이 함께 일하는 영국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매니저였다. 팀의 디자이너들은 준비한 시나리오를 열심히 설명했다.
조는 원격근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고립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팀원들과 함께 극복하기 위해 원 형태로 커피 미팅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루시는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이 입을 떼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조가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좋게 포장해서 말씀하시는 것보다 가장 직설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간의 인터뷰 경험으로 분명히 좋지 않을 이야기가 나올 때 인터뷰 대상자들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루시는 본인의 생각을 나즈막히 하지만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편하게 말씀드릴게요. 우선, 인터뷰하시는 분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것 같아요."
첫 반응이었다. 조, 애나, 에피가 마음의 준비를 했더라도 이 말을 듣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얼마나 놓쳤을까?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했다.
"아.. 무슨 의미인지 조금만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우선, 사회적 고립을 신경 쓴다는 거요. 저희 같은 작은 스타트업은 생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죠. 때문에 하루하루가 매우 중요해요. 우울증 따위에 시간을 낭비할 여력이 없죠. 저희 회사는 현재 7명인데, 다들 설립자라고 생각하고 이 회사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는 사람들이에요"
루시는 계속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커피 미팅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좀 더 큰 규모의 회사일 것 같아요. 그들은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보다 환경적으로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애쓰죠.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게 문제가 되지도 않죠."
우리는 루시와 이러한 방식의 대화를 1시간 정도 했다. 루시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기존의 툴들을 활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정도면 이 툴을 쓰겠는지 물었더니, '공짜로 제공해주더라도 굳이 쓸 이유가 없다'라는 차가운 반응을 주었다.
루시는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뿐만이 아니라 원격근무방식의 전반적인 내용과 현재 어떤 툴들을 쓰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루시으 팀은 현재 저장소로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메신저로는 슬랙을 주로 쓰고 있으며 태스크 관리를 위해 지라를 활용하고 있었다.
툴을 고르게 된 이유에 대해 물으니 최초 설립자들 위주의 대화에서 가장 서로에게 익숙한 툴을 고르는 방식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팀원들은 주로 유럽 전역에 퍼져 있으며, 풀타임 리모트로 일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루시와의 미팅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를 배웠다. 먼저, 엔젤 펀딩 단계의 스타트업의 분위기는 시리즈 A 펀딩 단계의 스타트업과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다. 엔젤 펀딩 단계에는 극단적으로 효율화된 업무 협의가 이루어진다. 명확한 목표를 향해 탄탄한 신뢰로 엮인 사람들 간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10인 이하의 스타트업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며 여러가지 협업 툴을 사용하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전화로도 협업이 가능하고, 메신저 정도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원하는 업무 내용을 주고받을 수 있다.
(2) 독일/(시리즈 A 펀딩)스타트업/풀타임 원격근무/개발 리더
두 번째 인터뷰 대상으로 우리는 독일에서 근무하는 조쉬를 만났다. 조쉬는 50명 규모로 모든 직원들이 풀타임 원격근무를 하는 회사의 개발회사의 개발 리더였다. 그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조쉬는 준비된 시나리오 두 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 두 가지 다 저희가 일하는데 정말 잘 맞는 시나리오예요. 사회적 고립 현상은 풀타임 원격 근무자는 늘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과연 커피 미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외로움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해 그라운드 룰로 Always on이라는 줌 채널을 만들죠."
조가 물었다.
"Always on 채널이요?"
"네, 각자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정해진 모두의 근무시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으니까요.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해서, 근무를 할 때는 Always on 채널에 들어와 크게 손짓하며 모두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 채널에는 이미 30명이 넘는 동료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고요. 이를 통해 서로 존재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라는 것을 표현하죠."
에피도 웃으며 즐겁게 말했다.
"아, 그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겠네요"
조쉬와의 인터뷰를 통해 루시의 인터뷰 때와는 다른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조쉬는 해당 아이디어는 좋으나 현실의 문제를 실제 풀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특히 이모지를 날리는 것은 좋으나, 함께 할 수 있는 팀 액티비티를 보다 풍성하게 툴 안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열한 차례 인터뷰를 했다. 11명의 인터뷰 대상자 중 우리 아이디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준 사람은 4명이 있었다. 전체 확률로 하면 긍정적인 반응이 36% 이다. 숫자만 보면 결과는 첫 아이디어 치고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36%는 거의 0%나 다름 없다느 것을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처음 만나서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을 기반으로 솔직한 평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알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 '괜찮은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를 수행하는 사람은 보다 냉정하게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위와 같은 애매한 긍정을 표현한 경우 아이디어 설명자 입장에서 부정적인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팀을 위해 좋다. 그래야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