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떠난 후, '나'를 경영하기

by 신황규 Hubert

2026년 1월 4일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지난 2025년을 갈무리하고 다가올 날들을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17년, 그리고 야생과도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든 지 어느덧 5년. 어느틈에 다다른 나이는 적지 않은 무게지만,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선명한 기분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관계의 '다이어트', 그리고 찾아온 여유

지난 5년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입니다. 대기업 시절의 저는 늘 바빴습니다. 하루 6~7개의 미팅, 30분 단위로 쪼개진 스케줄 속에 저를 밀어 넣었죠. 좋든 싫든 수많은 관계 속에 섞여 있어야 했고,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의무감으로 맺던 관계들은 덜어내고, 오직 성과와 비전, 그리고 '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집중합니다. 관계의 폭은 좁아졌을지 몰라도 깊이는 더해졌고, 역설적이게도 삶은 훨씬 여유로워졌습니다. 이제는 불필요한 약속으로 저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그 빈 공간에는 오롯이 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진짜 내 사람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삶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삶으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더 나이가 들면 누가 나를 써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스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5년은 그 불안을 '자신감'으로 바꾼 한 해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누군가가 저를 고용해주길 기다리지 않습니다.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지"라는 마음, 그 야생성이 저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저는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AI 기업 'UJET.cx'의 APAC 대표 및 VP of Engineering으로서 80명의 엔지니어를 이끌고 회사의 또다른 성공적인 한 해를 만들었고,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테그럴 헬스'의 어드바이저로, 또 '메타넷티플랫폼'의 사외이사로서 기업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뛰었던 건, '한권의 나'라는 제 사업을 훌륭한 파트너 분과 시작한 일입니다. 부모님 세대의 삶을 기록하고 자서전으로 남겨드리는 일. 누군가의 인생을 책으로 엮어 선물하는 이 따뜻한 비즈니스는 제게 단순한 사업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저는 이제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서 서 있습니다.


다시 꿈꾸는 나, 그리고 달리기

2009년 일본 체류 시절, 끝내 정복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았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JLPT 3급 수준에 도달했고, 올해 7월엔 더 높은 JLPT 자격증에도 도전합니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요시 셰프님 같은 현지의 좋은 친구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작년 한 해 몸도 마음은 더 건강했습니다. 매주 10km 이상을 꾸준히 달렸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도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했습니다.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참 치열하고도 즐겁게 성장한 한 해였네요.


설렘으로 맞이하는 2026년

2026년은 '균형'과 '깊이'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일에서의 성취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동료들과 더 따뜻하게 지내려 합니다.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에서 보낸 5년, 그 시간들이 쌓여 이제는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뿌리가 된 기분입니다.


내일이 기대됩니다.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어떤 멋진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제 인생은 지금이 가장 전성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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