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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Oct 27. 2020

한 사업을 오래오래 하고 싶었다.

코트디에서 애정을 갖고 했던 사업이 두 개 있었다. 

누공환자 치료 및 예방사업과 아비장시 상수 급수 연결사업이다.


1. 누공환자 치료 및 예방사업

누공(fistule)은 조혼 등으로 인해서 출산과정에서 관리되지 못하고 장시간 산통을 겪는 과정에서 대장이 견디지 못해 장기에 구멍이 생기고 구멍으로 대소변이 흐르게 되는 질병이다.  


우리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교육하고 작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사업을 했다. 


핵심은 환자를 발굴해서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질병 때문에 몸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고, 남편이나 가족으로 부터 버림받고 세상을 떠돌며 힘들게 살거나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인간으로서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정확히 얼만큼의 환자가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환자들을 확인하고 계몽 캠페인을 하고 치료하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일을 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인권이 충족되지 못하는 삶이 있었고, 우리는 그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 2차사업을 하고 3차사업까지 추진했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UNFPA와 함께 가능하면 오래 사업을 하고 싶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누공환자가 ZERO가 되는 날까지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2. 아비장시 상수급수 연결사업

아비장은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인데 집에 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집이 상당히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수십만 가구가 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1차사업은 8848가구를 연결했고 2차사업은 만가구에 수도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예 수도 파이프가 연결되지않은 지역에 파이프를 매설하고 파이프로부터 집까지 수도관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사업이다. 대신 인간의 기본권을 확실하게 회복시켜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수도를 연결하는데 우리 돈 30만원 정도가 든다. 우리가 그 돈을 지원해주는 꼴이다.

이후 수도 요금은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래서 더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난하더라도 물은 쓴다. 그들은 합리적으로 사용양과 부담 가능한 요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이 사업도 코트디에 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가정이 없어질 때까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정에 물을 연결시켜주는 사업에 어떤 옳고 그름이나 사업의 적정성, 타당성이 고려될 여지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3. 동일 사업 장기 추진의 예상 효과

우리 사무소 사업 예산은 코이카내에서도 적었고, 코트디내 다른 공여기관들과 비교하면 정말 적은 수준이다. 

그럼 집중과 선택을 해야한다. 사업 내용이 좋고, 장기간 추진할 수 있다면 매년 투입되는 예산은 적더라도 국가내에서 인지도를 쌓을 수 있고, 관련 분야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원조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누공 사업은 이미 2012년부터 시작되서 2차사업까지 8년이나 추진하고 천명 넘게 환자를 치료하였고, 국가내에서도 코이카는 누공사업을 지원한다는 인식이 쌓이고 있었고, 관련 정부 정책이 수립되는데 역할을 하였다. 3차사업까지 추진하면서 주재국내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당시 함께 협업하던 대사관 서기관님에게 '서기관님이 20년 후에 코트디부아르 대사로 부임하셨는데 그때까지 코이카가 누공환자를 치료하고, 가정에 수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큰 외교적 자산이 되겠어요?!'라고 이야기했었다. 


두 사업은 가능하면 사업이 여전히 필요성이 있다면, 가능한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코이카 코트디사무소의 핵심 사업이 되고 코이카의 레전드로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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