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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Dec 02. 2021

이집트에서 살아남기 - 자동차 -

안선생님 차가 사고 싶어요.

지금 내 삶의 가장 큰 제약은 차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차를 살 수도 없다. 나에겐 아직 이집트 거주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거주 비자가 없으면 차를 살 수 없다. 아 듣기로는 차는 살 수 있단다. 여기서는 자동차 판매점에 가서 돈을 주면 그냥 차를 들고 나올 수 있단다. 다만 등록이 안된다. 2달 전 오자마자 유심을 사서 개통했는데 당일 받은 모든 문자는 아랍어였지만 단 1개의 문자가 영어로 왔었다. '3개월내 거주비자를 받아서 갱신하지 않으면 휴대폰 라인이 끊긴다.'


이집트는 우버가 활성화되어 있다. 우버도 많이 타고 다녔다.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정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우버를 타고 온 적도 여러번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꽤 멀미를 했다. 차가 막히며 1시간 반이 걸리는데, 워낙 급정거와 급발진, 이리저리 험하게 운전들을 하니 계속 멀미하고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고 속이 울렁거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B국과 C국에서 근무할 때도 난폭운전을 많이 경험했었는데, 한국에서 2년 살면서 얌전하게 학교앞 30킬로미터와 주요도로 50킬로미터를 준수하고 곳곳의 교차로 씨씨티비를 보면서 운전하다 와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운전의 험한 정도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게다가 도로에 뛰어들어서 넘나드는 보행자들이 사고날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8차선 10차선 도로에서도 사람들이 뛰어들어서 건너다닌다. 봉고버스는 차가 막히며 아무대서나 문을 열고 사람을 내려주고, 차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도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면 건너가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차쪽으로 다가온다. 한 번은 내가 탄 차가 상당한 속도로 지나가는데 그 차선으로 왼쪽 오른쪽에서 동시에 두 사람이 접근을 해서 그 사이를 지나가는데 사고날까봐 심장이 쫄깃해졌다.


카이로에 도착하고 며칠 안지났을 때, 심지어 교통사고도 목격했다. 퇴근할 때 갑자기 옆차선의 차가 상상하기 어려운 큰 소리가 나도록 급브레이크를 끼이이익 밟았다. 그렇게 큰 브레이크 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 그리고 나서 쿵 소리가 났고, 부르카를 뒤집어 쓴 아주머니가 차에 부딪혀 날라가는 것을 보았다. 아주머니는 심하게 다치진 않은 것처럼 곧바로 일어서려고 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은 너무 깜짝놀라서 어벙벙해 하는 눈빛이었다.


그 주에 우리 회사 공용차량이 사고가 나서 차 뒤쪽이 심하게 손상되었다. 사무실 직원 한 명은 주차해 있던 차가의 뒷유리가 느닷없이 혼자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스펙타클 카이로의 시작인건지, 내가 와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정말 화려한 환영 행사들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차가 필요하다. 이집트에는 가고 싶은 곳이 많다. 아름다운 사막에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도 보고 싶고, 홍해의 후루가다, 마르사 알람에도 가서 돌고래와 수영도 하고 프리다이빙도 배워보고 싶다. 나른한 주말 오후에는 차를 타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쓱 보고 오든다. 휴가를 내고 그 대단하다는 아스완, 룩소르에 가서 왕가의 계곡, 아부심벨 등을 보고 나일강의 펠루카도 타보려면 차가 필요하다.


카이로에 도착한지 2달이 되었는데 나는 아직 차를 살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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