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분위기가 중요함
어디에서 살든 마음의 정을 붙이고 살아가면 그곳이 집이다.
집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지 않지만, 집이 아닌 곳에 오래 있으면 집에 가고 싶어 진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인척, 친구들 대부분 한국에 있어도, 해외에 거주하면 그곳이 집이 되고 한국에 잠시라도 휴가를 가면 불안정하고 불편함에 다시 집에 가고 싶어 진다.
나이가 들고 이제는 더 이상 부모님 집이 나의 집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이집트에서는 사는 집이 가고 싶은 집이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 집을 구한 곳은 마디 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집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마디에 사는 것 같았다.
한국인들이 자녀를 많이 보내는 학교도 마디에 있다고 들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집은 마디에 사는 것으로 알고 왔고 집을 구했다.
나름 고심해서 한 달만에 임시숙소를 떠나서 들어간 집은 신축건물이었고, 수많은 집을 본 가운데 가장 깨끗했고, 열 세대가 넘는 공동주택이고, 공용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여름에 놀기에도 좋아 보였다. 다만, 신축건물이라 비어있는 집이 많았고, 아직도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먼지도 꽤 날리고, 소음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 괜찮아지겠다고 생각했고, 마디에서 예산제약하에 이곳보다 나은 곳은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주인과 여러 차례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면서 아내가 원하는 것도 겨우겨우 설득해서 들여놓았다. 예를 들면, 주변 지인들에게서 얻은 조언에 따라 주방 싱크대에 정수기 설치 같은 게 있다. 마스터베드룸에 침대를 한 개 더 놔주는 것도 있었고, 천장에 씰링팬을 다는 것과, 퍼니시드 아파트이니 책장도 놔주기를 바랬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집은 햇빛도 잘 들어오고, 집도 넓직하고 깨끗했다. 집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주말에 조금 시간이 나면서 갑갑하고 지저분한 마디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힐링이 되는 주변 골프장에 다녀왔다. 골프장은 푸른 잔디와 깨끗한 환경, 맛있는 식사가 있는 곳이었고, 웨스틴 호텔에서 운영을 해서 더 근사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브런치를 하면서 아내는 집을 옮길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부터 마디보다는 뉴카이로 지역이 더 환경이 깨끗하고, 신도시 느낌도 나면서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 학교 때문에 마디로 간 게 결정적인 이유였는데 막상 가보니까 마디와는 삶의 질이 크게 다른 게 체감이 되었다.
결국 또 다른 우여곡절과, 수백만 원의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결국 뉴카이로로 이사를 왔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밤마다 동네 들개들의 소리르 들으면서 잠들고, 집 밖으로 나오면 포장도 엉망진창이고 먼지가 풀풀날리면서 인도도 없고, 차와 사람들이 뒤섞인 지저분한 도로를 걸어야 했다면, 지금 우리 가족은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깬다. 문을 열면 푸른 나뭇잎과 활짝 핀 꽃이 보이고, 집 앞에는 한적하고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가 있다. 집 뒤로는 넓은 잔디 공원이 있고, 조금 걸어나가면 분수가 나오는 호수공원도 있다. 그 옆에는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고, 햇빛을 받으면서 한가롭게 커피 한잔과 브런치를 먹는 카페도 있다.
이런 곳에 살기 위해 매 달 400불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사올 때 내 추가부담의 마지노선은 500불이었다.
아이들의 정서와,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서 이사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디에서 살때와 또 다른 측면에서 비교하면
아이들 학교 통학시간은 편도로 10분 정도 늘어나서 30분이 걸린다.
나의 통근시간은 아침에는 차이가 없고, 저녁에는 조금 줄어들었다. 이전의 집보다 거리는 10킬로미터가 늘었지만 퇴근시간 막히는 구간이 줄어들었다.
전에는 회사에서 마디까지 20킬로미터 정도였고, 극심한 교통정체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 도착하면 피곤했고, 집 밖을 나갈 일이 없었다. 나가면 스트레스니까.
지금은 보통 40분에서 1시간이 걸린다. 집에 도착하면 상쾌한 공기가 있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별도 헤아릴 수 있다.
카이로 도착 4개월 만에 살만한 곳에 정착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