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이별

아파서 쉬러 간다.

by 호춫추

차라리 화를 내지르는 쪽이 좋았던 걸까. 실은 관계의 끝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는데. 화내기가 싫어 참다가 끝을 맞이한 게 아쉬울 뿐이다.


돌보며 사랑했던 것은 나도 그 품에 쉴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던 건데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상대를 안고 있고 그와 그녀가 찌르는 칼에 가슴이 뚫려 있다. 같이 싸우기라도 했으면 덜 다치고 서로 이해하려고 했을까. 항상 똑같은 결말로 소중한 인연을 잃는 걸 보면 문제는 늘 내게 있다.


살면서 '네가 기댔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울면서 기대야만 기대는 걸까. 나는 힘들다는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 글자에 담은 힘이 미미하다. 힘들다는 말엔 사실 내 비명소리도 담겨있었는데. 통화엔 허무한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너희들이 던진 말에 아파서 말이 안 나온다는 말이 힘들어서 쉬어야겠어, 쉬어야겠어 이 말만 반복하는 내가 한심하다. 여전히 술 취해 내 욕을 하는 너와 잔잔한 걱정을 하다가 허탈하게 웃어버리는 나나.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