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간 계속 누워있었다.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한데 뒤엉켜 내 몸을 꽉 두르고 있는 느낌. 그냥 누워서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집안은 어지러웠고 나는 집안을 먼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리해놓고 다시 어지러워지는 형태의 모습을 생각하면 먼저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챙겨야 했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새로운 발을 디디기가 어려웠다.
어떨 땐 그렇게 쉽게 마음을 먹다가도 긍정적인 마음은 잠깐 폈다가 지는 꽃처럼 향기가 내 마음에서 금방 죽는 것이었다. 이렇게 힘들 때엔 누군가의 위로도, 마음도 전혀 닿질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자연스럽게 아파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쉽게 아파졌다. 오늘도 나는 피부과를 가서 탱탱 불어버린 귓가와 알레르기로 인해 빨갛게 변해버린 입 쪽을 보이면서 아주 빠른 시간 진찰 과정을 통해 약을 타고 학원에 왔다. 나는 지금 학원에 오는 것이 맞는 것인가. 돈이 필요한 지금, 이런 공부를 넋 놓고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최근에 우울증 약을 타러 가면서 의사 선생님과 했던 얘기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라는 얘기였다. 주말 아르바이트. 말이야 쉽지 그 자리가 쉽게 나질 않는다. 게다가 원하는 부분의 일자리는 평일에 5번 정도 강의 비슷한 것을 들어야 취업이 되기 때문에 그런 시간조차 내겐 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또 제자리다.
신에게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내 몸이, 내 정신이 정갈해야 했다. 세상의 시선 또한 그랬다. 나는 그러기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하던 때가 있었다. 잘 보이고 싶었고 그러고 싶어서 싫어도 좋은 척을 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러한 삶의 불만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욕구를 자해나 나쁜 상상으로 풀어내곤 했다. 그것은 꽤나 자극적이었고 시원한 느낌이었지만 이후에 오는 자괴감에 눈물이 날 뿐이었다.
다 알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감은 잡히지만 무언가 도전할 수 없을 만큼 지친 상태를 아는가. 며칠 동안 잠만 자고 누워만 있다가, 이러다간 대출도 되지 않을까 싶어 두려움에 나왔는데 학원 관련 사람은 그저 버티라고만 한다. 그래. 버티는 게 답이지. 나도 안다. 나도 알고 있다.
희망이라는 게 보이지 않을 때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힘이 나는 일이 종종 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여학생들, 밖을 헤매고 다닐 어린 친구들, 가난한 이웃들.. 그들의 마음도 이렇게 딱딱하고 아플 텐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불쌍한 마음으로만 구제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안고 있어서 그 마음 열기가 힘들다. 지금의 나만 보아도 그렇다. 나도 나를 미워하며 괴롭힌다.
어려울 때 이웃을 돕는다는 건 결국 오랫동안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아픈 이웃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도울 생각을 해본다는 것. 힘들지만 다시금 살아가기 위해 눈물을 쏟아본다. 아픈 이웃들을 돕기 위해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연약하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다는 것.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물 한입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
삶은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결국 견뎌낼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이웃들이 존재함을 믿는다는 것. 태어난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오늘도 한 사람을 돕기 위해 애써본다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을 한 번 더 살아보자 다짐하고 이 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