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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Dec 18. 2019

내가 왕년에... 그 말에 환호했다.

Billy Joel의 117번째 콘서트에서

대학로 곳곳에 붙어 있던 콘서트 포스터를 흘려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가자'. 그는 히트곡 많은 가수였고 다음 달에도 또 콘서트를 할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결국 난 <김광석 콘서트>를 보지 못했다. 그다음이 오기 전에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보고 싶을 땐 보자. 바빠도,  비싸도...


Billy Joel의 콘서트도 그런 생각이었다. 살림 규모에 비해 비싼 티켓 값에 주저하면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 근처에 가면 항상 하는 루틴이 있었다. 어떤 티켓이 남아있는지, 자리는 어떤지. 그렇게 오늘이 바로 그 날이 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6층 좌석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8층까지 있는 MSG 안은 인산인해. 앳된 얼굴의 중학생부터 휠체어를 탄 할머니까지 기대 가득한 얼굴로 그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기는 모습이다. 무대 가운데 놓인 피아노 앞으로 빌리 조엘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 끝에서 연주되는 노래들 노래들... 그들의 어린 시절, 젊은 날,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했을 노래가 나올 때마다 환호와 박수와 따라 부르기가 계속된다.


삶 속에 숨 쉬고 있던 노래들


2시간 넘게 화수분처럼 나오는 그의 히트곡들을 직접 들으며 생각했다. 빌리 조엘의 노래는 사람들을 위로해줬구나. 가난한 부모, 참전, 노동자의 삶, 실업 같은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노래한 Allentown, New York State of mine은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느끼는 고향에 대한 자긍심, Uptown Girl은 부유한 세계에 대한 동경,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꿈꾸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토닥임이 바로 Piano Man.


"그러니까 1983년 이 노래를 녹음할 때 나는...."


49년 브롱스에서 독일인 아버지와 영국 이민자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일흔 대에 들어선 노인이다. 대부분 노인의 옛날이야기는 고개를 젓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삶과 노래는 추억의 영화처럼 노래와 함께 사람들의 감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빌리 조엘의 노래와 얘기가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마술이 펼쳐졌다.



공연장 가득한 열기 속에 나는 생각했다. 빌리 조엘,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왕년에~란 말을 이렇게 빛나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업 앤 다운이 있었지만 자신의 삶과 상처를 담은 노래를 사람들이 오래오래 사랑해주는 사람은? 거기에 따른 부와 명예까지 말이다. 더불어 세계 최고 공연장인 이 메이슨 스퀘어 가든 무대를 매 달 가득 채우고 있는 그의 티켓 파워까지.


그의 피아노에 맞춰 두 시간 넘게 노래를 부르고 나오는 관객들은 행복해 보였다. 김광석이나 서태지 노래와 나이를 먹은 나는 100%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아닌 게 아쉬울 뿐이었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12월의 뉴욕 거리는 들어갈 때보다 따뜻하고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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