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en May 21. 2020

치과 찾아 삼만리

뉴욕에서 치과 찾기  

빠져버린 '땜빵'


'땜빵'이 빠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어금니의 '인레이 Inaly'가 떨어져 나갔다. 충치를 치료하고 생긴 공간을 메꾸는 물질을 인레이라고 한단다. 코로나로 모든 활동이 올 스톱된 뉴욕에서, 치과를 찾아 한 달 넘게 고생하면서 그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됐다.  


아침을 먹는데 뭔가가 우지직 씹힌다. 조심히 뱉어보니 새끼손톱 만한 돌멩이가 또르륵 굴러 나온다. 왼쪽 윗 어금니 안쪽 인레이다. 싸한 통증보다 심란한 마음이 먼저 덮친다. 지금은 코로나 정국, 학교는 물론이고 모든 가게가 Stay-At-Home으로 문을 닫은 비상시다. 전염 우려에 병원은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하는 때다. 다니던 치과에 전화를 하니 문을 닫았다는 자동 응답이 나온다. 이 곳에선 치과 병원 한 군데를 지정해 보험회사의 승인을 받고 그곳만 다녀야 한다. 맨해튼 로어 이스트에 위치해 있는 내 등록 치과는 뉴욕시의 행정명령에 따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단다. 메시지를 남기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다. 음식 먹기가 곤란해지고 통증이 심해져 메일을 보내봤다. "난 지금 이머전시 같아. 너무 불편하고 아파. 어떡해야 하니?" 며칠 후 답변이 왔다. 원하면 진통제를 처방해 줄 수 있다며 사진을 보내 보란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려 어렵게 몇 장을 찍어 보내니 또 한참 후 답변이 온다. 


"지하철로 이동해야 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우려해 뉴욕시의 명령이 있어야 문을 열 수 있다. 임시 처치할 수 있는 제품을 추천해주겠다."


답장에는 시중에서 파는 치과 제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저녁 무렵에 온 메일을 받자마자 차를 몰고 동네를 뒤졌다, 8시 통금 전에 서둘러야 했다. $800 벌금을 물기 싫으면 말이다. 몇 군데 허탕을 치다 문을 연 CVS 하나를 찾았다. 치약이나 칫솔이 있는 섹션엔 전엔 눈여겨보지 않았던 별별 치과용품들이 가득했다. 이런 걸 누가 사나 했는데 나 같은, 치과에 갈 수 없는 이들이 구입하는 거였다. 


실패한 '야매' 시술


그러나, 나의 '야매' 시술은 실패했다. 

유튜브를 보며 젤리처럼 말캉한 내용물을 짜 어금니에 넣어보기를 수 십 번 해보았지만 그냥 맥없이 빠져버린다. 침 때문인 것 같아 면봉을 이용해 닦아보고 말려봐도 소용없다. 결국, 돈과 시간만 날리고 다시 치과를 찾아야 했다. 기본적으로, 문을 연 곳이 없다. 어쩌다 전화를 받는 곳이 있었지만 한 달 $1500나 내는 내 의료보험은 안 받단다. 보험사 안내 센터를 통해 어렵게 받은 치과 리스트로 전화가 연결된 곳들은 또 새 환자는 받지 않는다. 이렇게 근 이 주 넘게 전화통에 매달렸다. 음식을 못 먹겠으니 처치 좀 해달라고. 그렇게 수 십 곳을 전화하는 중에 드디어 한 곳을 찾았다. 요즘 같은 때, 내 보험을 받을 뿐 아니라 새 환자도 웰컴이란다. 구세주가 따로 없다. 차로 한 시간 거리쯤은 문제도 아니다. 약속한 일주일 후, 마스크와 장갑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치과에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감염이 걱정됐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빠진 인레이를 다시 접착해 넣어준다.  물이 튀는 작업들이 모두 생략됐고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허무한 마음이 든다. 치과 치료 하나 하려 한 달 가까이 동동거렸구나 싶어서. 더불어 이 시국에 큰 병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나 싶다. 


제발 이 코로나 정국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병원 갈 일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투표를 부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