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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ay 23. 2020

매출 Zero, 석 달째

경제활동을 못하는 미국의 팬더믹

두 달 전에 신청했던 서류의 답장이 왔다. 


전례가 없는 이 시기에 우리는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해한다. 미국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우리는 당신의 대출 요청을 승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에게 경제적 재난 재해 대출을 줄 수 없게 됐다...  


며칠 전 도착한 답장의 발신자는 U.S.Small Business Administraion, 팬더믹으로 수입이 없어진 스몰 비즈니스 오너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해 만든 정부 기관이다. 그런데 편지의 골자는 거절. 서류를 보내고 매일같이 우편함을 확인하며 기다렸는데 안된다는 답변에 힘이 쭉 빠져버린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그럼 뭘 해야 하나 싶어 다시 안절부절이 된다. 


나는 지금 개점휴업상태다. 하던 일 두 가지 모두 손을 놓고 있다. 하나는 올해 초 드디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은 출판사 일, 또 하나는 4년째 운영해오던 에어비앤비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논의해야 하는 출판사 일은 시작도 전에 휴점이다. 하지만 숙박업은 올여름까지 예약이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일정으로 뉴욕에 머문 가족을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심각해지며 모든 예약들이 취소됐다. 뉴욕으로 오는 비행편도 축소됐고, Stay-At-Home 명령에 박물관을 비롯해 맨해튼 전체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뉴욕으로 아무도 여행 오려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가장 타격받는 업종이 항공, 여행업이라는데, 나는 벌써부터 체감 중이다. 


삼수 끝에 어렵게 취득한 뉴욕시 관광 가이드 자격증도 필요 없게 됐다. 한국어가 가능한 이들 중 채 스무 명밖에 없다는 기사에 내심 뿌듯한 자격증이었는데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몇 달간 나의 수입은 제로다. 맨해튼 건너편에 좀 무리해 구입한 에어비앤비용 콘도가 몇 달째 비어있다. 반면 매달 내야 하는 대출금과 메인터넌스 비용은 통장에서 따박따박 빠져나간다. 금액이 커 분기마다 시청에 납부하기로 한 재산세는 처음으로 기한을 넘겼다. 렌트를 알아보니 요즘은 모든 부동산의 직접 방문을 금하고 있단다. 부동산 거래가 올 스톱된 지금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미 의회에서 통과시켰다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 지원금은 나 같은 영세 사업자 몫은 아닌 것 같다. 꼬박꼬박 낸 세금은 별개인가 보다. 미국인 평균 저축액이 우리 돈 470만 원 정도라고 하던데 실업률 25%가 넘어가고 있는 지금, 그 평균의 미국인들이 어떻게 이 시기를 넘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정부, 연방정부에서 주는 실업급여로만 버티는 게 언제까지일지 싶다. 대출 거절 메일을 받아 들고 한숨부터 나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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