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 주인의 뉴욕이야기 (7)
먼저 정확한 사이즈는 기본 중의 기본. 줄자를 놓고 나름 여러 번 정확히 쟀다고 생각했는데 홈디포에서 톱질을 하려고 하니 폭을 재 놓은 수치가 없었다. 다 넓러 놓은 채 집으로 와 필요한 수치를 재서 홈디포로 갔다. 다행히 내 판넬들을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 수치에 맞춰 가로 세로를 연필로 체크해 톱질할 자리를 체크해 놨다. 직선 부분은 직원이 기계로 잘라주기 때문이다. 오차가 날 것에 대비해 약간 넉넉히 체크를 해 놓고 부탁을 했다.
2) 자르기
직원 제임스의 도움으로 기본 골격은 만들었다. 하지만 베이 윈도는 대각선 사선 모양의 절단의 필요하다. 이 부분은 위험하니 직원이 안 해준다. 나무 코너에 놓여있는 톱으로 내가 직접 자르면 되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애는 본 적이 없단다. 전기톱을 사서 자르는 게 어떻겠냔다. 한번 해보겠다며 호기롭게 톱질을 시작한 나는 15분 정도 지난 후 다시 그 직원을 찾았다. "전기톱은 어디 있어?" 것 보라는 얼굴로 전기톱들이 놓여있는 섹터에 데려간다. 가장 싼 게 100불 정도. 하나 사놓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또 자주 안 쓰면 녹슬어 그냥 버릴 것 같아서 렌트를 물어봤다. 안타깝게도 전기톱은 빌려주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냥 자르기 시작했다. 쓱싹쓱싹쓱싹~ 지나가던 경험 많아 보이던 카펜터들이 직원 제임스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톱질 주변을 지나갔다. 한 친구는 잠깐 톱을 줘보라며 몇 번 애를 써 주었다. 난 쥐 난 손을 주무르며 무차스 그라시아스~를 했다. 나무 코너 작업엔 다양한 종류의 톱들이 놓여있었고 난 그 톱들을 골고루 쓰며 양쪽 대각선 사선 모양을 절단했다. 정확히 2시간 52분이 걸렸다. 톱질을 하는데 자꾸 이런 말이 머릿속에 웅웅거렸다. 무식하면 용감한지 용감하면 무식한 건지....
"세뇰, 뽀르빠보르~~"
3) 옮기기
톱질을 끊낸 판자를 카드에 옮겨 2층 주차장으로 가져갔다. 눈짐작으론 내 승합차 뒷 좌석을 젖히면 트렁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는 들 수 없는 무게라 저쪽 주차장 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직원에게 트렁크에 넣는 것을 부탁했다.
"나 지금 브레이크 시간이야. 10분 후에 도와줄게."
그 친구는 담배 하나를 맛있게 피고 친구와 통화까지 마치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더니 다른 직원 하나를 데려왔다. 두 남자 둘이 내 판넬을 번쩍 들어서 내가 3시간 톱질한 판넬을 트렁크에 영차~넣는데... 이게 안 들어간다. 10cm 정도의 공간이 부족하다. 지치고 난감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애틀로 출장 간 신랑 생각이 나 급 부글부글해진다. 이 어려운 순간에 옆에 없단 말이지!! 그래서 직원에게 물었다. "너네 트럭 렌트해 주지? 어떻게 해야 해?"
컨슈머센터에서 시간당 $20불에 빌리면 된단다. 내려가서 프로세스를 물어보니 보험 증도 가져와야 한단다. 다시 2층에 올라가 보험증을 꺼내렸는데 한 번도 안 몰아본 트럭 운전이 좀 겁이 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겨우 10분 거리야. 저 판자 하나 옮겨주면 내가 $20불 줄게."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트럭마다 붙잡고 상황을 설명하니,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후 3시 반에 퇴근하는 트럭 만나기가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렇게 30여분 트럭 구걸을 하고 있는데 작고 낡고 착해 보이는 트럭 하나가 시동을 걸고 있다. 공사판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음직한 네 명의 히스패닉 일꾼들이 타고 있다.
"세뇰, 저 판자 하나만 니 트럭에 날라주면 안 될까? 여기서 10분 거리밖에 안돼. 뽀르빠보르~"
30분 동안 너른 주차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뽀보르빠보르를 연발하니 운전대를 잡고 있던 친구가 다시 묻는다. "얼마 준다고?" "베이티 벅스. 10분만 운전해주면 돼!!"
나는 내 차로 앞장을 서고 낡고 조그맣고 착한 트럭은 낯선 길을 따라오기 시작한다. 신호가 바뀔 것 같으면 기다렸다 함께 넉넉히 액셀을 밟고 스쿨버스까지 가세해 평소 10분이 20분 가까이 되기 시작한다. 혹시나 이 친구들이 '귀찮아!' 하며 그냥 가던 길 가진 않을지 걱정 반 감사 반으로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이 착한 세뇰들은 우리 집 앞에 얌전히 서서 그 무거운 판넬을 현관까지 갖다 줬다.
난 20달러를 건네주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세뇰~"
힉.. 사이즈가 안 맞다.
우. 여. 곡. 절 끝에 우리 집 거실에 입성한 판넬은 며칠을 꼬박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하루 종일 너무 지쳐서 더 이상의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 그다음 날도 다다음날도 엄두를 못 내고 쳐다보다가 어차피 빨리 끝내야 정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판넬을 베이 윈도 자리에 넣어봤다. 그. 런. 데, 양 사이즈가 맞지 않다. 메저를 하다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딱 그 부분 때문에 양끝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낙담했지만, 그래서 한번 더 하면 정말 맞추맞게 잘하겠지만 그럴 엄두는 못 내겠고 그냥 완성을 해야 했다. 사이즈에 맞게 잘라온 나무다리 10개를 균형에 맞춰 나누어 붙였다. 아래는 서랍장으로 만들어 안 보이게 클로즈해볼까 했지만 스팀이 나오는 터라 뚫어야 했다. 더불어 로봇 청소기가 오갈 수 있게 공간도 확보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세워 놓으니 어느 정도 모양이 나온다. 나름 좋은 나무로 했다고 하지만 가시가 나올 수 있어 샌딩 작업이나 왁싱을 하고 싶었지만 힘들어서 포기. 다만 위에 얺을 품질 좋은 방석을 찾아야 했다. 재질은 매트리스 토퍼가 좋을 것 같았다. 월마트에서 2인치짜리 퀸 사이즈 매트리스 토퍼를 사 와 안 쓰고 처박아 두었던 침대 면 시티를 씌웠다. 나름 등받이 쿠션 역할까지 하며 잘 맞아 보인다. 거기에 돌아다니던 쿠션과 여분의 베개 등을 놓았더니 나름 좋아 보였다.
원래는 햇볕 받으며 책 읽기 용도로 생각했는데, TV 볼 때 편히 누워 보다 잠들기 일쑤다. 길이가 254cm, 넓이 94cm라 다리를 뻗어도 넉넉한 사이즈여서 자꾸 눕게 된다. 역시 가장 좋은 때는 아침 점심 나절 창가를 통해 해가 들 때이고 저녁에 TV 볼 때, 불면증으로 새벽에 깨서 돌아나 닐 때도 색다른 잠자리로 성공적이다. 다만 창틈 어딘가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새벽에 좀 춥다 싶다.
이렇게 생각만 하던 베이 윈도 벤치를 만들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고 사연도 많으니 이 역시도 쉽게 버리고 새로 사고하지는 못할 듯하다. 새끈한 모델의 가구야 사면 간단하고 좋겠지만, 이런 멍청하고 무식한 사연 같은 건 없을 테니. 초보 목수의 우왕좌왕 벤치 만들기다. 어쨌든, 잘해보자 나의 베이 윈도 벤치야~
그리고 자꾸 이 말이 웅얼거려진다, 목수는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