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청소는 대청소가 끝나고부터.
3월, 개학, 봄, 시작.
설레는 단어들이 나열되는 3월 초이다.
나는 3월이 좋다. 3월은 시작의 달이고 움트는 달이다.
이에 맞추어 겨우내 묵은 때를 벗겨내고 우리도 새로 도약할 수 있다.
심지어 1월 1일이 아니고도 '리셋'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1월 1일 신정에 이후에 찾아오는 구정에도 시작점이 흐트러지고, 아쉬운 시작이었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3월이라는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이때를 잘 잡아야 한다.
겨우내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추어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내다 보니
집도 마음도 그리고 내 몸에도 묵은 것들이 쌓였다.
집은 평소보다 먼지가 많았고, 나의 마음은 갑갑함을 내비쳤고, 몸 이곳저곳에 군살이 붙었다.
3월의 시작을 잘하기 위해서는 2월 말부터 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냥 그 묵은 채로 3월을 맞이하면 묵은 것들을 덜어내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우선, 시작하자!
집정리, 마음정리, 몸정리 중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집정리이다.
그렇게 정리를 좋아하고, 자주 비워냈지만 매일 복닥거리는 집에는
역시나 묵은 짐과 먼지가 쌓이기 마련이었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어린이들의 짐들부터 시작했다. 성장하며 필요 없어진 옷과 신발들, 학년이 바뀌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책들을 골라냈다. 어른들의 옷장도 뒤집었다. 한 계절 잘 입은 내의류들을 속아냈고 다음 계절에는 더 이상 못 입겠다 싶은 것들을 잘 비워내고, 봄 옷을 걸어두며 더 필요한 것을 잘 체크했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 해도 지난겨울에도 이번 겨울에도 옷장에 걸려만 있었다면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4인 가족의 짐들을 아무리 적다 해도 하루 안에 뚝딱 끝나기는 여의치 않았다.
금요일부터 시작한 작업은 주말을 모두 보내고야 끝났다. 내일은 어느 곳을 치우자 생각하며 잠들었고 아이들도 박차를 가해 이곳저곳을 비워냈다. 정리가 끝나면 수납공간을 늘릴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빈 공간들을 만들어냈다.
조금씩 빈 공간을 찾는 집을 보니, 나의 마음에도 빈 공간이 생겨나는 것 같다.
pms증후군이며 아이들 방학 간 생긴 갑갑함으로 알 수 없는 화와 우울감이 조금씩 밀려오고 있었는데 어쩐지 말끔해진 집을 보니 반감되는 기분이 든다. 역시! 청소의 힘은 이렇게 위대한 것이다.
3월을 맞이할 기본적인 정돈이 끝났지만 정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정리는 늘 정리가 끝난 다음부터 시작이다. 잘 비워냈으니 더 잘 비워내야 하고 잘 채워야 한다. 무슨 말이냐고? 며칠간 집중해서 비워내는 일은 분명히 우리 눈에 명확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그렇게 명확히 비워질 운명의 것들은 솎아내기 쉽다. 문제는 우리 삶 속에 녹아 정말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녀석들이 정말 필요한 존재이 지를 파악하고 비워내주는 일은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일상이 변화할 수 있다. 나는 3월 최대한 물건을 적게 들이고 더 많이 관찰하고 비워내며 진짜 내 삶의 유용한 것들을 다시 한번 점검할 요량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오프라인의 짐 말고 나의 마음의 짐, 데이터 정리 같은 실체는 없지만 우리의 삶에 짐으로 다가오는 것들도 비워낼 요량이다.
스타트는 끊었다. 진짜 정리는 지금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