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담채라이프#22. 나는 우리 집 물건을 관찰한다.

우리 집 생활용품 아카이브

by 채영신

10년 정도 되었다.

미니멀하게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지.


10년 차 미니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미니멀은 상태가 아니라 방향성이라 믿기에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하는 데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나의 미니멀이 지속되길 바라고

나의 옆사람이

나의 옆옆사람이

함께 단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sns를 기록했다.


물건이 단순해지고

하나의 물건이 오래 곁에 머물고

글과 음악, 그리고 차가 있는 공간.


그런 삶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을 시각화해서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확한 단어를 찾는 일도,

스쳐가는 이미지를 붙잡는 일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작업일 테지만

나에게는 피로감이 쌓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sns세상에서의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떤 것도 나를 대변해 줄 수 없지만

내가 나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러 시도를 했다.


브이로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우리 집의 장면들 가운데 노출시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즐거운 일은

물건을 증명사진처럼 정직하게 남기는 일이었다.

매일 해도 지겹지 않더라.


내가 왜 이 물건을 선택했는지

이 물건이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마치 우리 집의 도감을 만들듯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기록해 보려 한다.


물건은

들여다보고

씹고

뜯고

맛보아도

품어준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그 역할을 다 써 줄 누군가의 곁에서

오래 함께 머물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