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5.악마와 악마와 악마

천사와 천사와 천사

by 채영신

여느 때처럼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을 건너는 방식을 달리하면 해진은 국밥집 앞을 지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해진은 곁눈질로 국밥집을 들여다보며 국밥집을 지났다.


국밥집으로 들어서지도 못하면서.

열다섯의 나를 만난 것이 꿈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피하고 싶었다.


해진은 어린 해진을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아주다가 부서질 것 같았다.

쏟아낼 것 같았다.

"도망쳐!"


해진에게 집은

서로를 붙잡는 곳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곳이었다.


누구의 편도 될 수 없었고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다.


엄마에겐 엄마를 제외한 모두는 적이었고

아빠에겐 아빠를 제외한 모두는 적이었다.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해진이 바깥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바깥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 공격해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


해진은 어렸고, 두려웠다.

둥지를 지켜야 했다.


해진의 오빠는 진작에 기권을 선언했다.

방문을 닫고 잠을 자는 것으로, 온라인게임에 빠지는 것으로 대피했다.


해진은 선빵을 치지 못했다.


실체 없는 '복수'에 오빠는 슬쩍 빠졌고 그만큼의 무게는 해진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

한 사람의 몫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미뤄졌다.


해진은 집으로 돌아와 어제처럼 간단한 토스트를 만들어 먹으려고 프라이팬을 꺼냈다.

타다닥 가스불을 켜두고 해진은 부엌창문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앗 뜨거워!"

생각이 생각을 불러오며 해진은 잠시 넋을 놓았다.


얼른 개수대에서 손을 헹구며 해진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조용한 공기에서 생각이 또렸해졌고

해진은 지갑을 들고 국밥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수저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해진은 구석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앉았다.

누가 뭘 먹는지,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왔다.

그 소음이 오히려 숨을 쉬게 했다.


국밥이 나왔다.

김이 올라왔다.

해진은 국물을 바로 먹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오늘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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