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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ug 31. 2023

일상에세이#8. 아랫팔에만 근육이 붙었다.

근육을 다 없애내야겠다.

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을 것 같은 기분을 좋아했었다.

철저하게 과거형이다.

사실 좋아했었는지도 오랜만에 방울토마토를 꼭꼭 씹으며 생각했다.

장 속까시 싹싹 청소되어 있는 것 같은 나의 몸에 무언가를 우걱우걱 씹어서 밀어 넣고 꿀꺽 한입 하는 그 원시적 감각이 좋았다.


시간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먹는 아니 음식을 욱여넣는 일상은 반복되었다. 왜 무엇 때문에 하는지 모르고 반복되는 일상은 먹는 시간까지 침투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나의 몸은 아랫팔에 근육이 붙었다. 사실 힘을 쓴다는 것은 뱃심, 허벅지, 엉덩이 같은 큰 근육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져야 하는데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는 그냥 되는 대로 아무 곳에나 힘을 주고 매일 애를 쓴 탓이다. 내 몸이 그걸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걷고 또 걸어 내 몸에 좋은 근육이고 나쁜 근육이고 우선 털어내 볼 작정인 거다. 좋은 것은 남기고 나쁜 것을 털어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떻게 좋은 것을 지키고 어떻게 나쁜 것을 버리는지 그 조차 혼란스러운 날들이 반복되어 이도저도 못하겠기에 그럴 때는 그냥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답이지 않겠는가? 내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이 순간순간이 마음도 몸에도 근육이 사라져 버려 ‘제로’인 상태가 된다면 혹여나 괜찮아지지 않으려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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