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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23. 2023

여름방학일기#3. 작심삼일은커녕

세 시간 만에 폭발해 버린 이야기

"엄마한테 어떻게 하라는 거야!!!

말을 하라고!!"


돌밥돌밥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평소보다 식재료를 단단히 준비했다.

늘 먹던 식재료 말고 특별히 백화점 식품관에 들러 맛있는 발사믹이나 처음 본 땅콩버터나 뮤즐리 혹은 젤리 따위를 바구니에 담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맛보자고 생각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은 여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열성엄마이고 싶은데

아이들 어릴 때부터 '그. 런. 그. 룹.'에 속하지 않아서 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도해 주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는 부단히 노력해 볼 작정이지만 아직은 엄마의 극성치가 함량미달이다.


그래서 이번방학에도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맛있는 밥과 즐거운 경험들을 조금이라도

더 쌓아주고자 계획했다.

요리책을 식탁 곁에 두었고 아이들과 해 보고 싶은 경험들과 가고 싶은 장소를 내 달력에 적어 내렸다.


아침이 되면 한식으로 차릴지 양식으로 차릴지 고민이지만 주말만큼은 아이들의 느긋함을 더해주고 싶어 늘 빵과 함께 차려내는 편이다. 심지어 방학 첫 주말이니 고민의 여지없이 설탕을 팍팍 뿌린 프렌치토스트로 정했다. 원당을 뿌려 그 결정을 오도독 씹는 맛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일부만 설탕을 녹이고 위에 토핑으로 설탕도 뿌려주었다.


각자 트레이도 따로 해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돌아가는 평화로운 백색소음과 함께 책도 읽고 만들기도 하며 우리의 아침은 느긋했다.


  두어 시간 지나고

 "엄마 우리 점심 언제 먹어?"


"뭐해줄까?"

"파스타?"

"싫어"

"열무 넣고 고추장 넣고 비벼줄까?"

"싫어"

"OO이 좋아하는 샐러드에 파스타면 조금 넣어 샐러드 파스타?"

"싫어"

......(화가 난다. 화가 난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토마토랑 군계란만 먹자"

"아 내가 계란 프라이 할래!"

"아니, 날달걀은 없고~"

"아 그럼 나 토마토만 먹어야 해?"

.........


"엄마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나는 결국 방학 전 다짐하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그 긴긴 고민과 다짐은 잠시를 이기지 못하고

  급 텐션 10으로 내달렸다.


"엄마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어? 먹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먹는 건 상관없어!"


아이는 입을 닫았고 나는 더 흥분했다.


오늘 나의 아침 시간은 또 뾰족함에 뾰족함으로 대응하는 나의 모습에 마음이 쓰리다.


내일부터의 날들은 그러지 않으리라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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