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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26. 2023

간단 살림#5. 체크카드와 부부의 용돈

돈 나가는 구멍을 줄이고 관리가 쉬워졌다.

살림의 가계부는 용돈기입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고 회계를 보는일 보다도 어려웠다.


가족들과 먹고사는 일은 참 복잡 미묘하다.

돈은 냉정한 영역이라 내 예산에 맞는지  꼭 필요한지 고민해서 구입하고 가계부를 작성해 내려가면 될 것 같지만, 가족은 '감정'을 교류하는 사이이고 감정을 나누는 일에는 맛있는 음식, 여행과 같은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부분을 냉정하게 판단하기에는 가족은 너무 복잡 미묘한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이 존재한다.

부부사이에 사이가 좋을 때에야 함께 의견도 나누고 기분도 나누지만 틀어진 기분을 다독일 때에는 와인이나 꽃이 필요할 수도 있고, 홧김에 구입해 버리는 립스틱 따위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영양식과 체육복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끔은 마라탕도 크롭티도 꼭 필요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들로 치부하거나 우리 인생에 우리가 부를 쌓는 데에 방해만 될 뿐인 요소로 비하에 버리는 순간 재미없고 팍팍해질 뿐 아니라 실제로 가계관리에도 더 어려움이 생기더라.

나의 경우에는 그랬다. 그러한 일상의 변주를 인정하지 않으니 이벤트 상황에서 그 새로움을 즐기고 나누기보다 불안감과 화가 먼저 밀려왔고 즐거움을 오롯이 받아들이게 할 장치가 필요했다.


소비의 선순환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게 벌거나 턱에 숨이 헉헉 막힐 만큼 부족한 수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종종 우리의 수입보다 더 많이 쓰고 어떻게 할지 몰라 허덕이는 날도 있었고 

급작스럽게 집안의 설비가 고장 나거나 자동차에 관련한 비용이 들면 할부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래비용을 당겨와서 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집은 첫 단추에서 그렇다고 크게 잘 못한 건 아니지만 삐그덕거림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할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무리를 하면서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차분히 단계를 밟고 계획하에 실행한 것이 아니라 우선은 지르고 봤다. 그러고 나서 수습을 하려 하니 일상에서 가계를 운용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 또한 무뎌지고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러. 게. 살. 기. 싫. 어. 다.


바꾸고 싶었다.

짓눌리듯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부터 에너지가 나오는 방식의 삶으로 바꾸고 싶었다.


큰돈이 생기면 우선 이자가 나오는 것부터 갚거나 돈이 생겨도 또 다른 쓸 곳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고 싶었던 가전이나 가구 혹은 여타의 '물건'을 소비하기 바빴는데

정확하게 이 고리를 끊은 것이 1년 전쯤이다.


저축을 하던 것을 없애고 주식에서 비용을 조금 보태고 회사에서 나온 비용 따위들을 더해 일부 현금을 마련했다.

할부를 하면서도 저축을 하는 모순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실행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현금을 들고 혹여나 내가 돈을 훅 써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남편과 상의를 하여 조금 타이트하게 한 달 단위의 생활비를 정했고 비정기적인 행사나 특수비용은 예비비로 정해 너무 넉넉하지도 빡빡하지도 않게 나누어 넣었다.

신용카드는 두 부부가 하나로 통일했다. 남편은 앱카드로 나는 실물카드를 이용하여 사용하며 하나의 신용카드로 아이들 학원비나 관리비 코스트코장보기 비용을 결제하고 포인트를 모으기로 했다.


우리 집 생활비가 참 심플해졌다. 각자의 신용카드도 없고 할부도 없다. 매달의 생활비를 적당하게 정해 내가 알뜰히 생활한 만큼 아이들 옷을 사주는 일도 가능하니 집밥은 즐거웠다.


더해서 각자의 용돈을 정했더니 놀라울 정도로 돈이야기가 줄어들었다. 내가 꼭 먹어 보고 싶은 와인을 사는 일, 아이아빠가 새로운 게임을 해보고 싶어 온라인 결제를 하는 일 같은 아주 특수한 비용에 대해서도 각자의 용돈으로 구입하니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를 생활비와 함께 우르르 결제하게 되면 둘 중 하나이다. 아무것도 못하게 서로 감시하거나 당신이 하면 나도 더 하고 싶어 누가 누가 더 하나 내기를 하게 되는 것!


내일부터 말일까지 여행길에 오를 예정이라 7월 정산을 일찍이 마무리했다.

7월에 특수소비가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선방했다.

예산이 있고 대부분 현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몸에 붙어 큰 과소비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간단하게 돈관리를 쉽게 하고 싶다면 생활비 체크카드와 부부의 용돈을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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