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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31. 2023

일상에세이#7. 끌어올려!

김호영 씨 같은 텐션이 나에게도 올까요?

저는 뮤지컬 배우 김호영 씨가 참 좋습니다.

그의 유머와 긍정성이 보고 있자면 그저 한 인간으로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 '탐욕의 장바구니'에서 서준맘과 함께 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감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모습가운데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우리는 매일이 상처 입고 매일 채찍질하며 매일 마음의 기운을 뺍니다.

무엇이 정답인 인생인지 모르는 날들이지만 매일 별것 아닌 일들에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늘 주차료가 거의 없는 우리 동네입니다.

어느 곳을 가든 그다지 주차료를 받는 곳이 없어 주차료를 신경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종종 주차료를 정산하는 건물을 가게 되면 주차등록을 잊기 쉽습니다.

그럴 때 하필이면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아 방문했던 곳에 얼른 전화하기가 힘듭니다.

뒤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차들에게 미안해 마지막 노력이라는 생각으로 호출 버튼을 누릅니다.

물론 그것이 무력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 때 나의 몇 천 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한 번 호출 버튼을 눌러 사정을 이야기해 봅니다.

상대편에서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그럼에도 원칙상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마음이 좀 나아집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달랐습니다.

"원칙상 어쩔 수 없습니다. 결제하고 나가세요. 영수증이 있으시더라도 지금은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매장에서 등록하셨어야 합니다. 지금은 결제하시고 나가시고 고객센터에 방문하셔서 해결하십시오."하고 뚝 끊어버렸어요.


상대방도 얼마나 많은 이러한 케이스들에 노출되었었겠냐는 마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잔잔하게 나의 몇천 원을 지불하고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매몰찬 한 마디에 잠시 나는 고민을 했습니다. 돌아가야 하나 조금 흥분을 해야 하나......

피곤해하는 가족들을 보며 고객센터에 다시 돌아가 보겠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남편의 휴대폰을 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아마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냥 돌아갔다면 나의 저녁시간은 조금 더 여유로웠겠지만

왠지 고객센터로 방문하라는 말이 고객센터에 따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전화를 두 번쯤 돌리다가 그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쯤 남편의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그때부터는 더운 날씨에 덧 붙여져 진짜 본격적으로 기분이 다운되는 양상으로 돌아섰습니다.

그 한숨이 나를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조용하게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 편으로 나는 나 나름대로 가족들의 평화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두 가지를 다 해결하고자 했던 것인데 우리 가족들만의 문제로 돌아서니 정말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고객센터를 통해 한 번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길을 돌렸고

우리는 그래도 우리가 이러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표현했고 할 수 있는 방안은 찾아 주십사 하고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샤워를 해도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냥 내가 바보같이 그런 작은 일들을 잊었다는 것이 첫째로 별로였고

다음으로는 쿨하게 넘어가지 못한 나의 자세에 실망스러웠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해 준다면 내가 다른 이를 구하고 남이 나를 구해 준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우리 사회는 이제 따뜻한 말 한마디 공감의 말투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미치니 조금은 서글펐습니다.


아쉽지만 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라도

나는 오늘 나 스스로를

끌어올려! 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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