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담채라이프#13. 올인원스킨케어

피부건강은 로션이 담보하지 않는다.

by 채영신

한 때는 '핫 걸'이 되고 싶었다. 패션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센스 아이크림 넥크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사용했다.

제품들이 나의 피부건강을 담보해 주지 않음을 물론이거니와 간단하게 살고 싶은 나에게 엄청난 걸림돌이라 이제는 온 가족 피부타입에 적절한 로션하나로 올인원 스킨케어를 한다. 나는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비용으로 더 좋은 먹거리를 찾는데 애를 쓰고 있다.


우리 집 두 개의 화장실에는 같은 스킨케어 제품이 있고 그것이 끝이다.

에스트라 크림, 닥터지 선크림 그리고 톤 28 클렌징워터이다.

온 가족이 이것으로 스킨케어하고 있다. 보습, 썬차단, 클렌징에 목적을 둔 간단하고 순한 제품이다.

여름에는 주로 튜브형을 쓰고 겨울에는 단지형을 구입한다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다.

한 여름에 썬스틱을 더하거나 종종 여행을 앞두고 클렌징 워터대신 아토팜 클렌징 티슈를 구입하기도 한다. 내 피부가 건조감을 느낄 때 호호바 오일 정도를 융통성 있게 추가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 틀은 같다.


예전에는 내 피부에 테스트하며 이 제품 저 제품을 사용해 보고 다음날이면 조금이라도 더 광이 나는 내 모습에 만족해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테스트로 종종 성인 여드름만 더 나는 날이 있었고 그 많은 제품을 구입하느라 시간, 돈, 에너지를 허비했다.

마치 학습할 시간은 확보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건강해지라고 소화시킬 새 없이 몸에 좋다는 음식을 끊임없이 먹어 성인병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서히 나는 그런 생활과 멀어지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 보다 더 단정한 집과 단단한 내면을 가꾸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지고 더 많이 버는 것보다 더 잘 운용해서 여유자금을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온 가족 올인원 스킨케어의 장점은 많다.


우선 비용적으로 세이브가 많이 된다.

지금은 백화점 매장에서 스킨케어를 구입하는 인구가 나의 20,30대에 비해 많이 줄었다지만 백화점 1층에 화장품 매장이 즐비하던 10여 년 전쯤 그들이 홍보하는 다양한 제품은 참 꾸준히도 나를 유혹했다. 한 달에 몇십만 원을 투자해도 그들이 홍보하는 다양한 제품에 모두 손 뻗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나의 피부는 호응해 주지 않았고 광고 속 모습 같지 않은 나의 모습에 자괴감 아닌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나의 지갑은 끊임없이 얇아졌다. 간단해진 지금의 스킨케어는 명확히 한 달에 얼마를 투자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온 가족이 5만 원 내외의 투자만 하고도 누구 하나 피부에 문제없이 살고 있다.


둘째로 내 먹거리에 한 번 더 신경 쓰게 된다.

피부만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먹거리였던 것 같다. 끊임없이 건조하고 푸석하고 염증이 올라오는 것은 우리가 오늘 먹은 커피와 밀가루 가공식품의 영향이었다는 것을 화장품가게에서 화장품을 가득 사고 돌아서서 햄버거 세트를 먹던 날에는 몰랐다. 신선한 과일과 오늘 구입한 채소로 차린 식단이 나의 피부를 담보해 주고 한 잔의 물이 나의 피부 속 수분을 더욱 채워준다.


다음으로 스킨케어를 보관하는 공간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이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공간을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정말 나에게 필요한 스킨케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나는 화장대 공간을 간소화하고 싶었다. 지금은 욕실 한편에 두어도 서랍장 한편에 두어도 괜찮을 만큼의 간다한 스킨케어만 갖추고 사니 우리 집은 거창한 화장대가 필요치 않다.


여행을 갈 때 매우 간단하다.

여행을 갈 때에도 샘플을 챙기거나 갖가지 용품들을 챙길 필요 없다. 우리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튜브형 로션하나면 충분하다. 종종 바디로션의 농도가 더 짙은 것을 쓰는 계절이 있지만 여행 갈 때만큼은 얼굴에 바를 튜브형 로션을 하나만 챙겨 충분히 발라준다. 스킨케어가 대변하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여기저기에 퍼져 우리의 여행은 늘 가볍다.



가볍게 단단하게 살고 싶은 나와 우리 집 스킨케어는 참 많이도 닮아있다.

작가의 이전글일상에세이#17. 나에게는 없는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