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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pr 07. 2023

시댁 EPISODES :매운맛, 약간 매운맛, 순한맛

시댁이야기를 쓰다가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

심리상담을 받아볼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우울증 약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다랐다.


결혼생활 11 동안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너무 예민한 것이라 생각하거나 잊으려고 노력해 보았다.

 " 너무 예민해!" 혹은  

"그렇게 사람   마디에 꽂히지 말라."는 말들 나는 '그. 런. 부. 류'가 아니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에 대해 직면하는 편이다.

요즘 말하는 MBTI든 고전적으로 말하는 혈액형이든 나는 극 외향형에 다혈질로 분류되는 쪽이다.

남편과의 문제에서도 늘 가시화하여 해결책을 찾기를 바랐고 비록 큰 싸움으로 번질지라도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캐캐묵은 어떤 것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화끈하다 못해 불타는 여인이다.


시댁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쉽지 않다.

상처를 받거나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어른들에게 반기를 들고 싶은 순간에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허벅지를 찌르는 일이 많고 그래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웃으면서 잘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고 아예 관계가 끊어질지언정 내가 살고 보자며 다툼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종종 보았지만 그 선택은 대한민국 며느리에게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고전소설에서나 보았을 '한의 정서' '화병'같은 것이 마구마구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물론, 매일매일이 지옥 같고 매일매일 싫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또 어느 날은 그래 우리 가족은 화목한 거야 하며 내가 위로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그런 기분 좋음이 다 나를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슬프고 더 화나고 정말 이제 다시는 미련 가지지 않고 못되게 구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종종은 내가 살아오면서  해내지 못한 모든 것들

이겨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댁에는 내 감정에 솔직해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나는 업 다운의 날들에서 다운의 날들이 오면 점점 더 깊은 골로 빠졌고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라도 치료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열었다.

나의 마지막을 보듬기 위해  안의 것들을 꺼내어 타이핑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나는 거의 글을 토해냈다. 손이 멈추지 않았고 와다다다 써 내려간 글은 내가 쓰고 싶었던 그 어떤 주제보다 더 빠르게 글을 써내려 가게 했고 왠지 모를 후련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에는 이런 나의 이야기들이 대리적 후련함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고

나에게는 모노드라마 같은 치유의 정서를 주고 중간중간 따뜻했던 이야기도 하며 반성도 하며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 전 내 속을 뒤집어 까기 시작한 나의 별 것 아닌 글로 나는 그렇게 하루 저녁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해 버렸다. 


지금, 불쑥 합격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뒷수습이 안 되는 기분이기는 하다.


나를 브런치의 길로 인도해 준 매운맛 순한 맛 다 섞인 시댁이야기와

내가 늘 쓰고 싶었던 다양한 내 안의 이야기들을 하며 그렇게 나의 페이지를 채워가 보고자 한다.



그리고 글 끝에서 종국에는 행복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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