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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pr 07. 2023

시댁 EP1. 결혼식은 신부보다 시어머니

"결혼식에서는 원래 사람들이 다 시어머니만 쳐다봐."

11년 전 여름, 우리는 삼복더위에 결혼을 했다.




모두들 인사하고 사진 찍느라 바쁜 와중에 긴장감에 사색이 된 시어머니께서 신부대기실로 들어오셨다.

어른들이 신부에게 긴장감을 풀어주는 게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인데 안절부절못하는 어머니 덕에

나는 결국 드레스를 붙들고 일어났다.

"어머니 많이 긴장되시나 봐요! 긴장푸세요.금방 끝나겠죠!"

그 찰나에

드레스샵에서 나온 이모님이 일침을 놓으셨다.

"신부님! 오늘은 일어나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주인공이라고 신부님은 오늘 그냥 가만히 앉아있어도 되는 날이라고 이모님은 내 편을 들어주셨다.


그 때 어머님이 한 말씀하셨다.

"몰라서 그렇지 사람들은 결혼식장 오면 다 시어머니만 봐. 원래 그래.

신부한테는 관심 없고 시어머니 자리 어떤가만 본다.그러니 내가 제 정신일리가 없지."


......

네?정도의 말도 한 마디 못한 잔뜩 얼어있던 신부의 하루는 그렇게 우르르 가버렸다.


생각해 보면 그 순간 나를 향한 일종의 인생정의감 같은 걸 발휘했어야 하나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원더우먼 콤플렉스'같은 게 있었다.

유치원 때 빵과 주황색 요구르트 정도의 간식을 먹고 잠깐의 놀이시간이 있었다.

한 아이는 늘 요구르트만 홀딱 마시고 소꿉놀이 코너를 차지했다.

소꿉놀이 장난감 하나도 아니고 그 코너를 모두...... 그녀를 '우리'가 장악해야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간식을 받으면 모두들 소꿉놀이 코너 한가운데에 앉아 먹자고 이야기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고 소꿉놀이 코너 독재사건은 그렇게 묻혔다.


그런 꼬꼬마적 정의감 따위는 '시댁'앞에서는 코흘리개 장난이었다.

결혼식날 꿀먹은 벙어리가 된 한 때 슈퍼우먼은 그렇게 쭉 11년을 꿀먹다 꿀통에 빠져버렸다.

무얼 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될 예정인 분들은 결혼식에 가도 시어머니만 보였을 수 있겠지?라고 백 번 천 번 만 번 대뇌었지만 흠...아무래도 이상하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먹으면 이해라는 걸 한 번 해 볼까 싶은데 그러기에는 나에게는 너무 딸만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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