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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May 12. 2024

일상에세이#14.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도구부터 지르고는 나는 이제 작가다 다짐한다.

6월 이사를 앞두고 이사에 완전히 몰입했다. 내 앞에 자주 붙는 수식어가 싸우자! 와 불도저인데 그만큼 어떤 것에 몰입되면 오롯이 그것만 생각한다. 이사를 앞두고 나는 우리 집에 생활개선에 온전히 몰입되었다. 틈틈이 나중에 이런 부분은 나의 팔로워, 나의 구독자들과 공유해야지 싶었지만 메모를 간단히 남겼을 뿐 시간을 내어 타자를 치지 않았다.


늘 나의 꿈은 죽을 때 내 배 위에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나의 저서가 한 권있었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로 늘 글로 정리하고 정돈하고 정의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늘 가까이 고민할 만큼 삶에 대해 진지하다. 그런 진지함들이 모이며 글이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인생의 전환점에서 차분한 시간을 가지거나 타자를 가까이 두지 않고 불도저 같은 나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는 날이 많았다. 사실 그 위기와 고난과 집중에서 내가 삶을 바라보는 좋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나는 그 순간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나는 나의 의지를 탓하고 하루 마무리를 탓했지만 나의 남편은 늘 '툴'을 갖춰보라 이야기했다. 펜 하나와 종이만 있으면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끄적일 수 있어 좋다고 믿었지만 남편은 사람의 의지는 꼭 그런 것에만 오는 것이 아니니 잘 갖추어 보자 이야기해 주었다. 좋은 생각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에 투자할 만큼 내가 생산성이 좋은 것이 아니기에 선후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면 그때 나에게 더 좋은 툴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믿었다.


늘 나를 지지해 주는 남편은 나에게 10년 된 노트북대신 새 노트북을 주문해 주었다. 내가 노안이 왔는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았던 나의 노트북에서 새 노트북이 생기니 개안을 한 것 같다. (아 내 눈은 아직 괜찮구나! )그리고 정말로 개봉을 하는 순간 타이핑이 하고 싶고 완성형의 목차를 짜고 있던 나의 글 계획 따위를 집어치우고 뭐라고 끄적이고 있다. 작심 3일로 끝날지언정 작심 3일을 3일마다 하는 무한한 반복으로 나는 언젠가 완성형에 가까워지겠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고 생산하고 있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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