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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n 27. 2024

살기 좋은 나의 집#1. 국민템이어도 괜찮아.

비슷비슷한 물건들 사이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기

 어린 시절부터 집과 내 방을 좋아했다. 내 공간이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일정한 규칙에 맞게 정돈되어 있는 상태를 좋아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 예쁘다고 하는 것도 정말 좋았다. 엄마랑 함께 고른 분홍커튼과 소녀가 그려진 롤 스크린을 좋아했고 그 롤 스크린을 내리고 양갈래 머리처럼 커튼을 묶어두면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혼하고 내 집이 생기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저렴한 가구로도 내 개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배치하거나 패브릭을 더했고 과자박스를 모아 예쁘게 수납했다. 점차 레벨업이 되면서 좋은 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좋은 수납함에 대한 열망도 생겼다.


그때마다 늘 딜레마에 빠진 한 가지는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똑같은 돈을 쓰더라도 베스트 앤 온리여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국민 아이템이 눈에 차고 사용성마저 좋아 보여도 일부러라도 피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남들이 다 하는 건 정말 싫어! 다른 것에서 더 좋은 것을 찾을 거야! 생각했고 비용을 지불해 가며 길을 돌아 돌아왔지만, 국민템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라고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슷한 구조의 아파트,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4인가족이라는 표준화된 가정이 살아가는데 국민템은 그 면적과 사용자의 인원에 적절한 크기이면서 디자인적으로도 도드라지지 않고 소품들로 충분히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국민템을 피하고 나면 나는 우리의 삶에 최적화된 가구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했지만 사용감에 있어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어느 공방에서는 이런 것도 해주고 저런 가구점은 새로 발견했고 그렇게 하나씩 나의 셀렉션을 만들어 갔지만 신생브랜드들을 선택할 때면 소비자 조사나 사용감에 대한 시행착오를 미처 거치지 못했다는 것도 함께 안아야 했다. 독특한 아이템을 고르는데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들인 에너지에 비해 이처럼 허무한 결론에 다다르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바쁜 현대 삶 속에서 집이나마 휴식에 최적화된 공간이길 바라 지은 이름인 휴식과 이야기의 공간'휴담채'에서  정작 나는 쉬지 못했고 최적화된 공간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는 가구를 고를 때 국민템에 대해 스스럼없이 선택했다. 나만의 유니크한 가구를 고르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는 대신 남들이 쓰는 가구일지라도 나도 좋게 보였다면 쉽게 선택하고 같은 가구라고 우리 집의 이야기를 다르게 채우는데 에너지를 소비해 보기로 한 것이다.


더 청소하기 좋은 집을 만들고 한 번이라도 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런 것들이 같은 평형에 같은 가구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삶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에 꼭 필요한 먼지떨이도 예쁜 것을 선택하고 사용하기 좋게 배치하고, 먹거리들을 정말 먹고 싶도록 배치하는 일 같은 것들이 우리 집의 개성을 만들어 주었고 부지런히 생화를 사다 꽂는 일이 진정한 우리 집에 인테리어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나는 오랜 기간 고민한 나의 삶의 방식을 귀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손톱깎이 하나도 미학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을 선택하며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애틋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들로 단정히 공간을 채우고 깨끗하게 치우며 그것으로 나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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