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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01. 2024

살기 좋은 나의 집#2. 하찮은 것들의 있을 자리

집을 만들어 주는 일

제자리가 있어야 한다.

하다 못해 그것이 손톱깎이 일지언정,

하다 못해 그것이 작은 건전지 일지언정


꼭 그 자리가 명확히 금 그어진 자리가 아니라고 해도 어느 방의 몇 번째 서랍에는 그런 것들이 모아져 있다는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사업체에서 어수선하게 쌓아두고 가는 물건들을 창고에 옷장에 혹은 방안에 대충 욱여넣고 문을 닫는 일은 우리 집에는 절대 없다.


하찮은 것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이 되고 그 우리의 일상 우리의 매일이 우리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매일 내가 무언가를 찾고 다시 그 무언가를 어디엔가 두고 잊고 다시 그 무언가가 필요해지는 그런 대강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작은 것을 귀히 여기고 그 작은 것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 어루만짐에 잠시나마 기운이 나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허리가 펴져서 하루가 밝아지기를 바란다.


엄마가 되고 보니 더 그런 마음이 커진다. 내 새끼들에게 밥 떠먹여 주고 우유 먹이던 시절이 지나 혼자 돌아다니기도 하고 걱정도 시키는 그런 시절이 오니 내 아이들이 양말을 신고 손톱을 깎고 깨끗한 칫솔을 맞이하는 그런 작은 것들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더라. 큰돈을 물려주거나 큰 것을 물려주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없고 노력한다고 만족할 만큼에 성과를 내기도 힘들다. 하지만 매일의 삶을 더 깨끗하고 단정하게 그리고 기분 좋게 맞도록 노력하는 일은 꽤 해 볼만한 일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피곤하고 귀찮다고 하더라도 꼭 자리를 만들어 주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물론 그 자리가 최적화된 공간이 아닐 수 있고, 다시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 자리는 있어야 한다.


각자의 칫솔을 꽂아 둘 자리, 노트북을 정리해서 둘 자리, 손톱깎이가 있는 위치, 건전지가 모여있는 위치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여 집의 쾌적함을 좌우한다. 그것이 모여 우리의 매일의 상쾌함을 결정한다.


그 상쾌한 하루하루가 너의 인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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