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도구의 양과 음식의 맛은 비례하지 않는다.
절대 반지는 없지만 절대 냄비는 있어야겠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할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주방 수납이 적었다.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최근 유행하는 '대면형 주방'을 하겠다고
원래 설계를 건설사와 오랜 기간 의논을 하여 변경하였다.
변경된 설계는 원래의 설계에 비해 심미적으로 좋고 넓어 보였지만 수납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흔한 상부장도 없고 작지만 원래 구성되어 있던 키 큰 장 구성도 삭제되었다.
입주민 카페에서는 아우성이었다.
어디다 얼마나 수납을 추가해야 하는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등등의 말이 오갔다.
하지만 최소주의의 삶을 늘 꿈꾸는 나는 줄이고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였다.
언젠가부터 1회성 제품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되도록 지속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자 노력한 지 수년이 지난 상태라
코팅 프라이팬이나
세척이 어려운 커피머신
밥맛은 떨어지는 데 자리는 많이 차지하는 밥솥
가공식품을 많이 쟁이게 하는 에어프라이어 등을
이미 정리한 다음이었다.
다른 집에 비해서는 이미 수납공간에 대한 니즈가 많이 줄어든 모습에서 시작했다.
내가 가진 물건에서 더 줄일 것은 없는지 둘러보았다.
사실 다양한 조리도구가 있어도 매일 사용하는
조리도구는 손에 꼽는다.
그 몇몇 개의 조리도구 만으로 우리 식구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매일을 살고 아이들은 자랐다.
냄비도 굳이 세트여야 할 이유가 없다.
어떤 집은 국과 밥으로 식사하고 어떤 집은 샐러드위주의 식사를 하고
또 어떤 집은 면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각각의 집마다 취향과 입맛이 다른데 ‘세트’라는 이름으로 묶인
정형화된 냄비세트가 모두에게 적용될 리 만무하다.
우리 집은 정말 우리 집에서 있어야 하는 냄비를 선정하고
지금은 물을 끓이고 국을 끓이는 용도 간단한 반찬과 찌개를 하는 용도 등등 해서 냄비가 총 5개 정도이다.
이것 만으로 우리 집은 최고의 식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조리도구와 냄비들이 넘쳐날 때보다 더 건강한 그런 의미의 최고의 식사.
코팅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에 하는 테프론 코팅 등등의 조리도구가 없이
스텐프라이팬과 조리도구를
활용하니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고
하나의 냄비로 한 상을 완성하기 위해 큰 찜기에 다양한 채소들을 쪄먹으며
자연히 당독소랑도 멀어지는 중이다.
나는 지금도 간소하지만 최고의 식사를 차리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냄비가 정말로 다용도의 기능으로서
완벽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의심하며
단 하나의 냄비로 최고의 식사를 차리는 상상을 한다.
결국 최고의 식사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가장 건강하게 지금 따뜻하게
그리고 아주 좋은 감정을 가지고 식사하는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