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부족하게 살아가는 기술
우리 집의 소형가전은 믹서기와 토스터 그리고 핸드믹서가 전부이다.
꽤 많은 집밥을 먹는 것에 비해서는 적은 소형가전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에어프라이기, 미니오븐, 착즙기, 와플기 등등 많은 소형가전을 갖추고 살았지만
최소한으로 즐겁게 살아가겠노라 마음먹은 이후 나의 행동을 스스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단 소형가전을 줄이는 일 자체가 미니멀라이프와 꼭 관계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소형가전을 가지고도 단순한 식탁을 차리고 나의 마음이 비워지는 이들은 그들의 방법이 옳다.
나는 단지 한정된 공간에 소형가전을 수납하는 공간을 너무 많이 내주기 위해 수납가구를 장만하거나 공간에 불만을 가지는 일이 싫었다.
35평에 남편과 둘이서만 살 당시에도 집이 그리 넓지 않네, 주방이 생각보다 작다라고 문뜩문뜩 말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형가전 때문이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대부분의 소형가전을 처분했다.
거꾸로 이 많은 소형가전을 처분하고,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것 한두 개를 제일 좋은 것으로 구비하자는 마음으로 실수하더라고 괜찮다는 마음으로 마구잡이로 처분했다.
이물질이 묻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했기 때문에 소형가전을 사용하고
닦아내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더라.
그래서 과감히 결과물이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소형가전을 제외하고 사용해 보는 방법을 강구했다.
토스트는 프라이팬으로 하면 되었고, 믹서기 하나로도 핸드믹서나 소형믹서기 대형믹서기 없이 잘 살아졌다. 다지기는 칼로 조심해서 다지면 되었다. 이유식을 하는 시기도 지나고 나니 조금씩 이물감이 남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오히려 칼을 더 조심해서 다루고 칼을 더 자주 갈고 관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느리게 천천히 한 가지 요리만 하는 것이 더 빠르게 소형가전으로 조리하는 것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2-3년간 꾹 참으로 소형가전들이기를 계속해서 미루어왔다.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엄마 없이도 간단히 빵을 구워 먹을 수는 있어야지 싶어 토스트를 들였고 아마도 조금씩 더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최대한 소형가 전 없이 사용하는 방식은 꽤나 만족스럽다.
복잡해진 사회에서 있는 만족감보다 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희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