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19. 유난히 멍한 날

타자칠 수 있어 행복하다.

by 채영신

책 한 줄이 읽기 힘든 날들이 꽤 오래 지속된다.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매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라 핑계 대고 확 고꾸라져 버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 문제가 아님을 나는 안다.

그저 매일 쓰지 않으면 풀어지는 근육처럼

나의 뇌근육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아닐까?

혹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뇌의 복수가 아닌가 싶어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자괴감이 드는 날들이 쌓인다.


그럴 때 나는 타자를 친다.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글을 쓰다 보면 어쩐지 그래도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의 글이 나 스스로가 봐도 한 꺼풀 더 들어간 사고가 아쉬울 때가 있고

이게 무슨 글이야 싶은 날들도 있지만


휴대폰 세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기분이나

그저 일상에 지쳐 누워있는 나의 모습이나

집중하지 못해 빙빙 도는 책의 첫 장을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경험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한 명이지만

글 자체가 주는 위안만으로도

나에게는

글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