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정리, 미니멀라이프, 죽음
좋아하는 윤주희 컨설턴트의 유튜브를 보다가 '노전정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 유튜브에 등장한 책을 찾아보려 했으나 절판된 것인지 찾기 어려웠지만 노전정리라는 말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정말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기 전에 삶에 대한 정리가 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신애라 님의 이야기에서도 들은 적이 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남은 것이 많은 물건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 없구나라는 걸 느끼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지저분한 것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고 늘 곱씹었다. 나의 미니멀라이프도 어쩌면 내 내면 속에 이러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죽음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감정을 생각하고 표현했다.
그전까지는 늘 살고 싶었다.
아니 살고 싶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그저 매일이 즐거운 아이였다.
할 것들이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 아이였다.
무엇이든 이겨내고 싶었고 이겨내는 것이 즐거웠다.
어느 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지고 있는 기분이 드는 순간 죽고 싶다는 기분이 몰려왔다.
아마 사춘기가 늦게 온 소녀에게 온 어떤 호르몬 적인 증상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생긴 약간의 우울증이 겹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극단의 감정은 처음부터 잘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순간 죽고 싶다는 감정이 밀려온 이후로 나는 쭉 약간의 우울증을 내 한편에 매몰시켜 두었다가 때때마다 꺼내 쓰고 있다. 지금에서는 정신과에 가는 것이 감기를 치료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80년대생인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고 더욱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혹여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 쉽지 않다. 용기를 내려고 해도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오늘은 용기를 내어볼까 내일은 용기를 내어볼까 하다가 음악을 들어보고 산책을 해보고 격렬하게 땀을 흘려보면서
하루하루를 싸우며 이겨낸다.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다른 의미로 죽음에 대해 자주 고민한다. 단순히 나의 감정적 컨트롤의 영역을 넘어서 내가 사라지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은 매일을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행동하나하나에 내가 없다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실상은 우리의 일상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지금 해 줄 수 있는 것을 더 퍼부어주자로 귀결되는 날이 많다.
마흔에 들어선 올해 주변에서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의 현실판도 아닌데 죽음을 경험하는 일이 생겼고, 상당 수의 주변인들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검은 그림자가 내 발치까지 와 있는 기분이 들어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용품의 단순화에 많은 힘을 쏟게 된다. 가족들과 모두 공유했을 때 거부감이 없도록 단순하게 정리된 생활용품은 누가 루틴을 하더라도 비슷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더해서 간단한 레시피를 만드는데 노력한다.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딸들에게 남겨주고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꼭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행복하게 건강하게 자신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남편에게도 내가 없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로 본인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을 이해시키고 싶기도 하다.
일상영역에서 자주 정리를 하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이 어쩌면 나의 그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나 싶다. 내가 한순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에서 미니멀하게 살아가면 내가 머문 자리도 단정히 남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리고 나의 주변인들에게 무게를 지워주고 싶지 않다는 나의 소망이 담긴 행동이다.
나와 극 반대에 있는 나의 친구는 나의 이런 생각과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럴수록 오늘의 나에게 더더욱 많은 것을 겪게 하고 오늘이 다 인 것처럼 먹고 마시고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틀린 말이라고 하고 싶지 않지만 나와 맞지 않는 방식이다. 다는 그저 나의 흔적이 최소화되어 남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 작은 흔적이 아주 진하게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