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21. 나의 친구 현에게

식재료를 정리하며

by 채영신

현아, 나는 오늘 아침으로 파니니를 만들어 먹었어.

사실 아침을 먹는 일은 올해 들어 많지 않았어. 아침의 공복이 주는 명민함이 좋아서 그리고 점심에 꼬르륵 이 좋아서, 또 내 식욕이 잘 조절되는 그 기분이 좋아서 아침을 꼭 챙겨 먹지 않은 것 같아.


그런데 오늘은 내 딸들에게 맛있는 아침 파니니를 만들어주며 내 것도 하나 만들었지. 아이들을 보내고 커피에 브라우니까지 야무지게 먹는 중이란다.


날씨도 좋고 얼마 전 다녀온 오사카 여행도 즐거웠어.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있지! 아침을 든든히 먹은 김에 팬트리 정리를 해 보려고 해.


먹는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야. 적당한 식재료를 고르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고 손실 없이 싹싹 먹는 일은 주부에게 큰 일거리이니까.


매일 같은 메뉴를 내어줄 수 없고 가족들의 취향이 조금씩 다르니 이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한정 좋은 식재료만을 구비할 수 없고 매일 같은 메뉴만 내놓을 수 없으니 참 어려운 일이지. 특히 나는 음식을 먹는 일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고 때운다고 생각지 않고 매 끼니 정성을 다해 나를 위해 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고 다음을 위해 나를 다독이는 기도 같은 일이라고 믿기에 더욱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어.


한동안 식료품 팬트리를 정리할 일이 없었던 것이 지난 4월 정도부터 대형마트를 끊고 심지어 쿠팡도 사용하지 않고 매일 장보기 끼니때마다 조리하기를 실천하면서 최소한을 구입하고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잘 먹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해 왔어. 매 끼니 작은 솥에다 밥을 하거나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스케줄이 있어 식사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날에는 내가 없으면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외식을 부르기도 하더라고.


아이들이 자란 만큼 각자의 스케줄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바로 먹을 것들을 구비하고 나도 시간을 좀 벌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추석이 지나고 나는 다시 대형마트를 찾았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파니니 밀프렙, 죽, 국, 다진 야채와 찌개 밀프렙을 해두고 누구라도 냉장고를 열면 꺼내 먹을 수 있는 기본은 좀 만들어 두자 싶어 찾았지.


이런 준비를 할 때 어수선히 냉동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싫어서 이번에는 냉동에 어떤 밀폐용기를 사용하면 좋을지부터 고민했는데 밀폐용기가 사용되지 않을 때까지를 고려하면 적당한 냉동비닐을 잘 활용해서 수납하면 좋겠다 싶더라고. 다만 집에서 사용하는 만큼 1회용으로 쓰고 버리지 말고 어느 정도는 재활용을 해 가며 사용해 보면 좋겠다 싶어 가게들에서 포장용으로 사용하는 도톰한 비닐을 주문했어.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이 가게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구비하면 오히려 조금 더 간단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집만의 메뉴가 몇 가지 있고 그걸 좀 돌려가며 먹는다 하면 부담이 적고 거기에 속재료들만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면 되겠다 싶으니 조금은 마음의 부담이 내려놓아졌어.


현아 열심히 구비하고 정리해도 다시 먹고 어지럽혀지는 살림의 쳇바퀴 속에서 어떤 날은 너무 지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그런 무의미한 것 같은 반복이 인생을 만든다 믿고 나는 오늘도 단정한 우리 집과 나를 만들기 위해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