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he world were a village
데이비드 J. 스미스 글 · 셸라 암스트롱 그림
72억이라는 숫자는 실감하기 어려운 만큼이나 멀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세계를 단지 100명이 사는 마을로 바꿔 놓으면,
그 숫자들은 갑자기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됩니다.
아시아에서 온 60명,
아프리카에서 온 15명,
그리고 한국에서 온 단 1명.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던 사람들의 삶이
한 마을 안에서 숨 쉬는 이웃으로 다가옵니다.
이 마을에는 21명이 중국어로 말하고
9명이 영어를 쓰고
8명이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넵니다.
아이와 이 페이지를 읽다가 문득 웃음이 났습니다.
“엄마, 그러면 마을에서 하루 종일 번역기 틀어야겠네?”
아이의 말처럼,
서로 다른 말이 공존하는 건 혼란이 아니라
그 자체로 풍경이었습니다.
5살 아래의 어린이가 9명,
70살이 넘는 노인은 5명.
그리고 20살 미만 아이는 약 35명.
이 구성만 봐도,
지구라는 곳이 얼마나 어린 세대에 기대어 움직이는지
조용히 실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옵니다.
우리가 만들어 갈 세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구 마을은 먹을거리가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30명은 늘 굶주리고,
14명은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었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그러면 음식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나눠주지 않는 거네.”
책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지만
아이의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87명,
하지만 남은 13명은
매일 물을 얻기 위해 거의 하루를 보냅니다.
그 일은 대부분 여자와 여자아이의 몫입니다.
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68명은 맑은 공기를 마시지만
32명은 오염된 공기 속에서 숨을 쉽니다.
마을이 100명뿐인데도
이 작은 차이는 너무 커 보입니다.
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의 36명 가운데
학교에 가는 아이는 30명뿐.
그리고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단 한 명.
책을 읽다가 아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1명이면… 시험은 어떻게 봐?”
어쩐지 귀여운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은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100명이 가진 모든 돈을 똑같이 나누면
한 사람당 1년에 약 1,400만 원씩 갖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부유한 10명이 전체 재산의 **85%**를 갖고 있고,
가장 가난한 10명은 하루 2,200원도 벌지 못합니다.
나머지 80명 중 절반은
하루 6,500원을 벌며 살아갑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의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아이와 어른에게 던지는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에 충분한 음식이 있다면
왜 굶어 죽는 사람이 있을까?
나라란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떠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구의 인구 증가와 자원을 지켜갈 수 있을까?
아이와 이런 질문을 함께 읽는다는 건
‘정답’을 찾기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그저 이 세상을
조금 더 바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함께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