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래를 달린 하루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보령 해저터널을 다녀왔습니다.
보령 해저터널은 충청남도 보령시와 태안군을 잇는 국내 최장, 세계 다섯 번째 규모의 해저터널입니다.
길이는 약 6.9km로, 서해 바다 밑을 관통해 두 지역을 연결하고 있죠.
터널은 해수면 아래 약 80m 깊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완공까지 무려 6년이 걸린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은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안면도를 오가는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여주며, 서해안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저는 사전에 찾아봤을 때, ‘그냥 터널이지 뭐’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해저터널이라고 해도 내부가 바다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바닷속 생물들이 지나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막상 직접 가봤을 때도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하다”였어요.
긴 터널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며, 차창 밖으로는 콘크리트 벽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물었을 때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아니? 달라. 해저터널은 바다 밑을 지나가는 거잖아. 그러니까 다르지.”
그 말 한마디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냥 ‘길’로 봤지만, 아이는 그 터널을 ‘바닷속을 지나는 신기한 통로’로 본 것이죠.
아이는 덧붙였습니다.
“귀가 높은 곳 올라갈 때처럼 먹먹했어. 높은 데도 아닌데 귀가 그래서 신기했어.”
그 경험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보령 해저터널은 어른에겐 그저 ‘길’ 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경험’이었나 봅니다.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같은 길이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 덕분에 평범한 하루가 조금 특별해졌습니다.
바다 밑을 지나며, 잠시나마 우리 둘만의 작은 여행을 한 기분이었어요.
보령 해저터널은 단순히 이동을 위한 도로가 아니라,
아이에게는 “세상을 알아가는 창”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평범한 길’이 특별한 경험으로 바뀔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