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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워킹맘 Sep 02. 2021

교사가 먼저 읽는 고전 [레 미제라블]

단 한 사람

  생각학교에서 만난 첫 고전은 빅토르 위고의 걸작, 레 미제라블이다. 수많은 창작물로 재탄생했던 레미제라블은 영화, 뮤지컬, 다이제스트 격인 아이들 책 등 우리가 많이 만날 수 있는 익숙한 고전일 수 있다. 이번에 읽는 책은 민음사에서 출간한 다섯 권이 넘고, 원전에 가장 가까운 완역본이다. 내 생에 이렇게 두툼한 책을 읽게 되다니, 사실 읽기 전부터 마음이 뿌듯해졌다. 단지, 이 책들이 내 손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았던, 책욕심만 가득했던 나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얼마되지 않아 이유없는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게 되었다. 분명히 ‘책을 펼치는 순간‘이라고 했다. 책 속에 나오는 프랑스 사람들 이름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알고 있는 내용, 빵을 훔친 장발장의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게 아니었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를 알리려 작정한 듯, 이해되지도 않는 수도원의 역사부터 프랑스 왕정과 나폴레옹 시대의 세밀한 정치사까지 알려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발장과 팡틴, 코제트 이야기 이면에 프랑스를 일구어 가는 숱한 평민부터 귀족에 이르기까지 사연, 역사, 사건을 소개하려고 이 책을 썼구나 싶었다.


  장발장과 팡틴의 삶을 보면서 어디까지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초장기 번역서의 제목이 ‘너 참 불쌍타’, 제목 그대로 탄식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리엘 신부 덕분에 회심한 장발장의 삶과 끝까지 딸을 지키고 싶어한 순수한 모성애는 인간의 얼마다 위대해 질 수 있는지 질문하게 한다. 당시 시대(1700년대) 모습이 지금과 달라 더더욱 인간이 도구화, 자본화되었던 터라 생계, 일자리의 불안함, 비참한 현실은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재생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평화는 무엇인가? 미리엘 신부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사랑을 받는다는 확인이다


 각 인생의 존재,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1권은 팡틴이 죽으면서 끝난다. 죽은 팡틴, 테나르디외 부부 아래에서 살았던 코제트의 비참한 삶, 프티 픽퓌스 수녀원에서 지내는 수녀들의 삶을 보면서 당시 하류 계층 여자들의 삶이 어땠을까 고민해 본다. 장발장은 1500프랑 이상의 거금을 들여서 코제트를 구해내고 결코 코제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2권 마지막 문장이다.


  “여러 해가 흘러갔고, 코제트는 커 갔다“ 


 마지막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 나도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레미제라블에서 남은 단 단어를 꼽으라면, '만남'이다.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 미리엘 주교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어서 장발장과 팡틴의 만남! 팡틴은 괴로운 세상살이에 피붙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영화를 먼저 본터라 이 상황에서 귀에 들리는 노래는 I dreamed a dream! 장발장과 코제트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1800년대 프랑스의 젊은 지성, 'ABC의 벗들'과 마리우스가 등장한다. 마리우스는 빅토르 위고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 한다.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만남은 결혼까지 이어진다. 시끌벅적한 결혼식에 슬픔 가득한 단 한 사람, 장발장.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코제트에게 내주고 마리우스의 생명까지 지켜내는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 속에서 장발장은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 아니였다.


  빅토르 위고는 대문호이면서 국회의원까지 한 정치가이다. 빅토르 위고는 최상류의 삶과 인간 이하 취급을 당하는 죄수들의 삶까지 다양한 신분을 이해하고 글을 쓴 게 분명했다.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입체적인 인물, 절대악을 드러내는 테나르디외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만 장발장에겐 악이 될 수 밖에 없는 자베르까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토론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위고 본인이 '사람'에 관하여 얼마나 연구하고 고민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섯 번의 토론을 거치면서 빅토르 위고 같은 정치가가 있는 프랑스가 참 부럽다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 나라에도 빅토르 위고같은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위고는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계속 제시한다. 4권, 바리게이트가 높이 올려진 상황에서 겁없이 노래를 부르며 상대편의 탄환을 줍는 가브로슈가 나온다. 가브로슈는 순수한 마음으로 바리게이트를 지켜내려 한다.  


  레미제라블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장발장 이야기가 사실 모든 스토리라인이었다. 스토리 이외에 책 속에 서술된 프랑스 혁명, 수도원의 역사, 하수도의 역사, 곁말 등 프랑스 지리, 역사, 정치, 경제 등 어려운 내용 속에서도 빅토르 위고는 자신의 '관'(역사관, 정치관 등)을 계속 비춘다. 생각학교에서 함께 읽었기에 감히 넘어설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편, 토론을 통해서 내 독서능력과 문해력 정도도 진단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토론꺼리와 질문을 꺼내는 연구원들을 통해서 책읽기 방법도 배웠다.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내 문해력, 이해력) 왜 액티브 리딩을 해야하는지 그 이유와 함께. 


  이젠 아이들에게 내 고전읽기를 어떻게 퍼뜨릴까 조금씩 고민을 시작해 본다. 고전을 읽고 그냥 고스란히 다시 책장으로 넣어두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생각학교에서 텍스트를 분석하며 읽으며 토론한 경험으로 아이들과도 함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더불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파리 시내 레미제라블 흔적 찾기 여행이랄까? 파리에 있는 남아있는 옛 수도원의 자취, 플리메 거리, 뤽상브루 공원, 지상엔 피비린내가 나고 지하엔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던 파리 시내의 하수도 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민중들이 만든 생각의 소산물인 바리케이트의 흔적을 찾아 가보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여정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만남들이 있다. 그 만남 속에서 추구하는 다양한 자유와 배움이 존재한다. 함께 진보하고 성장한다. 나의 소소한 하루가 진보와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날임을 기억하자.  


 '왜 나는 고전을 읽으려 하는가?', 

 '나는 지금 생각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될 것인가?', 

 '지금 나에게 있는 바리케이드는 무엇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는 사람인가?', 

 '진짜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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