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이 무서운 이유

마음-나쓰메 소세키

by 휴레스트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page 83-


오래된 작가가 있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의 이 작가는 이미 백 년 전에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이 있다. 그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무려 700쪽 이상의 두께로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는 당시 몰려오는 서양문물과 그에 대비되는 일본 문화의 경계에서 선 지식인의 고민과 한계가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소설은 국가를 초월해 인간의 근본적 고민에 집중한다. 백 년이 지나도 그의 소설이 많이 읽히는 이유는 이런 깊은 성찰이 밑바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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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가 쓴 또 다른 작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화자가 고양이라는 독특한 관점이 사용되었지만, 이 '마음' 역시 일반 소설과는 다른 형식을 취한다. 총 3부로 나눠진 이 소설은 1부 '나와 선생님', 2부 '나와 아버지', 마지막 3부 '선생님의 유서'로 이뤄져 있다. 전체적인 페이지 수를 보면 1부와 2부는 단지 3부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 같다.


1. 소설의 대략적 내용


소설의 화자인 나는 우연히 해변가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당시 화자는 나이가 많은 분을 일반적으로 선생님이라 칭하는 버릇이 있다. 선생님과 나는 같은 도쿄에 머물면서 몇 번 왕래를 하고 잦은 만남을 가진다. 나는 선생님을 일반적인 호칭만이 아니라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대하게 된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 나와 자꾸만 거리를 두려고 한다.


도쿄에서 학업을 마친 나는 다시 고향인 시골마을로 돌아가게 된다. 선생님에게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내려갔고, 정말 금방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쓰려지면서 나의 상경 일자도 조금씩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러다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전보를 받게 되고 나는 급히 상경하게 된다.


선생님의 전보는 아주 긴 유서였다. 선생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내를 만나고 K라는 인물과 아내와의 관계 속에서 시기심과 간사함 그리고 자기의 숨겨진 악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K의 죽음 이후에도 그 악의에 대한 속죄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 선생님이 느끼는 악의의 진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작은 아버지로부터 부모님께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거의 빼앗기다시피 한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불신을 계속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다. 다시는 사람을 믿어 상처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의 다짐은 대학교 친구인 K를 도와주면서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K를 도와주면서 속으로는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조금씩 발견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는 친구 K의 신의를 저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K는 자살한다.


선생님은 K의 자살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근 20년이 지났을 때도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나와 함께 나들이 갔을 때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그는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자신 또한 그렇게 악의에 물드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을 따라오는 나를 밀어내고 혼자만의 처벌을 받아 온 건지도 모르겠다.


날 너무 믿으면 안 되네. 곧 후회할 테니까.
그리고 자신이 속은 앙갚음으로 잔혹한 복수를 하게 되는 법이니까.
-page 50-




3. K와 선생님 그리고 아가씨


편지에서 선생님은 분명 아가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호감이 불을 붙기 시작한 시점은 K가 하숙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가 확실하다. 질투라는 감정은 간혹 연인들끼리 자신과의 애정을 실험하기 위해 이용한다.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질투라는 감정만큼 확실한 지표는 없다. 선생님 역시 K를 통해 그런 질투의 덧에 빠져버렸다.


K가 오고 나서 선생님의 눈에는 K와 아가씨가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아가씨의 알듯 말듯한 웃음이 선생님을 더욱 궁금하고 신경 쓰이게 만든다. 처음 K가 자기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을 때 선생님의 마음에는 동정이라는 감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종교인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다시 양부모에게로 맡겨져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게 된 K. 하지면 결국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고집하다 양부모에게 오는 모든 지원이 끊겨버린 K가 선생님은 측은했을 거다. 그래서 도와주었는데, 그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와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힘들었을게 틀림없다.


결국 선생님은 K와 여행에서 그의 가슴에 확인사살을 하고 만다. 그 확인 사살은 K가 평소에 하던 말을 K에게 돌려주면서 그의 희망을 다시 한번 뭉게 뜨리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돌아와 선생님은 아가씨와 결혼하게 해 달라며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아가씨의 결혼 소식은 K에게 두 번째의 충격을 주게 된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K는 자살한다.



전체적인 총평


악인이 왜 무서운가에 대해서 운을 띄우며 이 글을 시작했다. 악인이 무서운 이유는 누구든 악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작은 아버지의 모습과 그리고 자신을 통해 그 변화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제가 아닌 살짝 비껴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16년 현암사가 출판하고 송태욱이 번역한 책의 가장 뒷부분을 보면 역자 후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선생님은 왜 K를 자신의 하숙으로 끌어들였을까. 그를 구제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내리기 위해서였을까. K가 사모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 선생님은 그녀를 사랑했을까. 사모님은, 선생님이 K를 이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만 게 아닐까.
... 중략...
K에게 감정 이입하여 읽으면 선생님의 또 다른 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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