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보고 싶게 만드는 책

여행일기-알베르 카뮈

by 휴레스트

읽고 싶은 글이 있고, 쓰고 싶어 지는 글이 있다. 알베르 카뮈의 ‘여행일기’는 후자다. 이 책은 그가 아메리카와 남미 여행 중 작성한 메모들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카뮈와 같이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월요일. 멋진 하루. 바람이 잔다. 처음으로 바다가 고요해졌다. 승객들은 비 온 후의 버섯들처럼 갑판으로 다시 올라온다. 우리는 마음껏 숨을 들이쉰다. 저녁에 멋지게 내리비치는 태양. 저녁 식사 후 바다 위의 달빛.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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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의 시작. 단어. 사고의 시작


여행일기를 읽다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보인다. 그는 단어를 우선 먼저 적고, 그다음 상황을 설명하면서 생각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그가 처음 아메리카로 떠나는 장면을 보면, 글의 시작을 단어 하나로 시작한다.


아메리카. 출발. 모든 출발에 따르는 가벼운 불안이 지나갔다. 기차간에서,
미국의 인사들과 접촉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가는 정신과 의사 R을 다시 만났다.
-17쪽-

그에게 단어는, 당시의 순간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특히, 여행의 짧은 감상들을 남길 때 서술어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곡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적어 놓은 단어는 사사로이 꾸며지지 않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우리의 가슴에 뚫는다. 단어로 시작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일종의 사진 찍기가 아닐까. 사진은 사실을 다루지만 사실을 말하고 있지 않듯, 그의 글은 사실을 서술하지만 그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군데군데 연결성이 없는 단편적인 글들이지만 그 서술들 사이의 간극에 생각의 여지를 넣어 두는 거다.



2. 상황과 상황 사이을 생각으로 채우다.


서술과 서술 사이의 간극.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정확하게 말해서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이유는 '여행일기' 속 상황과 상황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딱딱 끊기는 불연속성에 자칫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어렵다고 말한다.

저녁 식사 후에 모피상인 X가 내게 동방의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가 절대로 5분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종류의 대화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나타샤 로스토브를 읽는다.
-24쪽-

이 장면을 읽으면서 우리는 상황과 상황 사이의 간극, 즉 모피상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상상해야 하고, 카뮈가 그런 대화를 끊고 어떻게 침대로 갔는지 머리 속으로 이어야 한다. 이런 툭툭 끊어지는 간극이 처음 이 글을 접하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곧 그 간극이 주는 속도감과 상상하는 재미를 알게 되는 순간, 색다른 재미로 다가오게 된다.



3. 과거도 미래도 아닌 무조건 현재.


'여행일기'를 읽다 보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말하는 시점이다. 그가 이 책에 쓴 문장의 시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현재형이다.

금요일. 독감은 좀 나아졌다. 그러나 생활은 여전히 단조롭다. 아침에 약간 일하다. 바다에는 여전히 파도가 높다.
-25쪽-


그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바로바로 기록하면서 보다 현실감 있고, 속도감 있게 독자를 끌고 나간다. 디테일한 인물들끼리의 대화나 서술 관계는 거의 생략되어 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만큼은 명확하게 설명되어진다.



전체적인 총평


알베르 카뮈의 '여행일기'는 읽고 싶은 책이라기보다는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 했다. 앞서 말한 3가지 요소들은 그의 책이 왜 독자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글을 쓰기 어려워한다면 카뮈의 '여행일기'를 읽어보고 그처럼 글 써보는 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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