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고민 상담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by 휴레스트

책을 읽는 이유가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 답한다. 내게 있어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어나가는 행위일 뿐이다. 그 안에 뭔가의 의미를 덧붙일 이유 따위는 없다. 반대로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람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라고 답하나. 모임이라는 것은 기본 속성에 사람이 모인다는 의미가 있다. 결국 모임은 독서와는 달리 사람이 그 중심 소재가 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00이라고 느낀 이유는 내가 00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게 커.”라든지. “사실 요즘 00에 관심이 있는데, 주인공은 00에 깊게 관여하고 있어서 더 흥미가 갔어.”라는 등의 자기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고민이라는 것도 그렇다. 결국 자기의 고민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말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간혹 자신이 가진 고민의 답을 스스로가 찾을 때도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개인적 이야기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구조가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하는 이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열린 마음이 있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 이 작고 가는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게 아닌가 한다.




1. 과거에서 온 편지


세 명의 도둑은 우연히 한 잡화점에 숨어 들어가게 된다. 이미 훔친 차는 고장이 나버렸고 택시를 타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얼굴이 들킬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우선은 이 곳 잡화점에서 날이 새기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우유통 너머로 편지 한 통이 떨어진다. 세 명의 도둑은 모두 깜짝 놀랐고,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그러다 한 도둑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편지의 내용을 읽어본다. 편지는 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나미야 님. 제 고민은 남자 친구가 병에 걸렸어요. 하지만 저는 그를 돌볼 수 없어요. 사실 저와 남자 친구는 같이 운동을 하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남자 친구는 운동을 못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내년 올림픽에 나갈 후보 결정전을 남겨둔 상태고요. 남자 친구는 제가 계속 운동을 했으면 합니다. 저는 남자 친구가 걱정이 되어 운동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있어요.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편지의 내용은 고민 상담이었다. 하지만 고민의 깊이가 결코 얇지는 않았다. 도둑들은 몇 번의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그 편지가 과거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올림픽 역시 결국 일본이 출전을 포기한다는 사실 또한 발견한다. 도둑들은 그녀에게 편지로 남자 친구를 돌보라며 다독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운동을 선택했다. 오히려 남자 친구를 돌보라는 편지를 읽고는 자신의 약한 마음을 꾸짖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몇 분 후, 또다시 편지가 왔다. 그녀의 편지였다. 그녀는 결국 올림픽 후보에서 떨어졌다. 일본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그래도 기분이 후련하다고 했다. 오히려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고마워했다. 도둑들은 그녀의 편지를 받고는 답정너라며 실망을 토로한다.



2. 과거의 이야기


나미야 씨는 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나미야 씨의 이름이 고민을 뜻하는 일본어인 나야미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동네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하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한 번은 누가 장난으로 ‘어떻게 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나요?’ 하는 고민을 벽에 적어 놓았다. 나미야 씨는 이 고민을 받고는 장난으로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답장을 써준다.


선생님께 자신에 대한 문제를 내 달라고 하세요.
자신에 대한 문제니까 결국 자신이 쓰는 것이 답이니까요!


나미야 씨의 답장이 준 여파는 엄청났다. 그 뒤로도 많은 장난스러운 고민들이 잡화점 벽에 붙였고, 나미야 씨는 하나하나 꼼꼼히 읽은 후 재치 있게 답장을 써줬다. 한 번은 아주 진지한 고민이 올라왔다. 이 고민을 받아 든 나미야 씨는 이 고민은 당사자에게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벽에 당사자만 답장을 우편함에서 가져가라고 적어 두었다. 그 이후 진지한 여러 고민들이 우유통으로 들어오고 나미야 씨는 정성껏 답장을 써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느덧 고민 상담하는 일은 그에게 잡화점보다 더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지역신문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그의 고민 상담소는 갑자기 문을 닫게 된다. 그가 상담해준 한 당사자가 죽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나미야 씨는 그 뒤로 자신이 써주는 고민 상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결국 그가. 써준 고민 상담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답장을 써 달라며 신문에 광고를 하게 된다. 그것도 미래에....



전체적인 총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다 읽은 분들이라면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을 거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주목을 했다. 미래의 도둑들이 과거의 인물에게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이야기. 우리는 흔히 고민상담은 전문가나 자기의 마음을 톡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받는다. 그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고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가 서로 어긋나 있다.


첫 째, 전문가가 아니다. 그녀의 고민에 대답을 해 준 이들은 도둑들이다. 물론 그녀는 나미야 씨가 대답을 해준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고민 상담이라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 고도로 훈련이 된 사람이 필요한 거다. 하지만 고민 상담의 요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 아닐까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그 점을 꼬집는다. 내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하는지. 도둑들은 미래에 있기에 상담을 하는 시점 이후의 팩트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런 명확한 팩트를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준다.


이 점이 왜 미래라는 요소가 들어갔어야 하는지 이유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상담은 열린 마음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열린 마음만 있다고 명확한 충고를 하기는 힘들다. 그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야 하는데, 진심이 담기기 위해서는 그 상담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민 대상자의 변화에 같이 책임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바른 충고도 하기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미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에 그 사람에게 바른 눈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미래라는 요소는 열린 마음은 갖췄지만 그 전문성이 부족한 이 세 도둑들에게 전문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둘째, 도둑들은 고민을 가진 이가 마음을 툭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고민 상담을 요청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무 감정이 없이 팩트 자체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상담의 중요한 요소 두 가지가 어긋나 있어도 상담은 잘 이루어졌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결국 자기 안의 고민을 해결한다. 시작할 때도 적었지만 간혹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고민이 어느새 풀릴 때가 있다. 이는 글을 쓰면서 한 없이 복잡하던 고민이 조금씩 풀려 가나기 때문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고민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소설처럼 미래의 인물이 나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주길 바랄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고민은 자기 안에서 해결하게 될 때가 많다. 그렇게 자기 안에 숨어 있는 나의 고민, 혹은 자기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는 방법. 독서모임이나 여러 활동들을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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