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볼프강 괴테
사랑은 병이다. 이 말이 가슴 와닿도록 느껴지는 소설이 바로 볼프강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책은 서간문 형태로 된 책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지는 않다. 서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언제나 독자가 읽고 있는 시점에서의 과거다. 그래서 어떨 때는 당시에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서사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서간체로 쓰여진 소설이기에 장점도 있다. 독자로 하여금 서사의 중심에 서게 만든다. 베르테르는 소설에서 편지를 받는 자기 친구의 이름을 간혹 부른다. 그럴때마다 꼭 주인공이 날 부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간문은 이처럼 지극히 개인적 서술 방법이다. 오직 글을 읽을 당시에 존재하는 건 화자와 독자 이 둘 뿐이다. 나머지는 배경이고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데 왜 시작이 서간체냐고 투덜거릴 수도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어느 지식인 '베르테르'의 젊은 한 날을 그린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가 왜 이 곳 시골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 나온다. 편지에 따르면 그는 예술가다. 그리고 예술적 경험을 이루기 위해서 한량한 시골 도시로 오게 된다.
베르테르는 젊기는 하지만 나름 그 지역의 지주들과 두루두루 알게 지낸다. 그건 그가 가진 성품일지도 모르고 그의 예술적 재능, 혹은 지식인적 폭 넓은 견해 덕분일거다. 그러던 중 한 지주의 초대로 파티에 가게 되느 베르테르는 같이 동행하게 되는 로테를 보고 한 눈에 반하고 만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방안에 가득 차 있는 가스에 불꽃을 갖다 된 듯. 베르테르는 그 날부터 온전히 로테만을 생각하며 지내게 된다. 이 당시 그의 편지를 보면 행복에 겨워 하는 그의 얼굴을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
오늘은 빠질 수 없는 모임에 참석하느라 로테를 보러 갈 수 없었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하인 하나를 로테에게 대신 보냈네.
누구든지 그녀 가까이에 있다 온 사람을 내 곁에 두기 위함이었지.
그 하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머리를 끌어안고 키스라도해 주었을 걸세.
형광석을 햇살 아래 놓아두면 햇빛을 머금었다가 밤이 되면 얼마 동안 빛을 발한다고들 하지.
그 하인이 바로 그런 형광석 같은 존재였네. 로테의 눈길이 그의 얼굴과 뺨, 저고리 단추와 프록코트 깃에 닿았으리라 생각하니 그 하나하나가 너무도 성스럽고 소중했네! 그 순간만큼은 누가 천 탈러를 준다 해도 그 젊은 하인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네.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네. 부디 비웃지는 말게나
비헬름,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무엇이 정말 한낱 호나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가 로테를 생각하며 그의 친구 비헬름에게 쓴 편지를 보면 하루동안 로테를 보지 못한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쓴 방법은 하인이었다. 하인 한 명을 그녀의 곁에 두었다가 데려 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직접 그녀를 보지 못할 때에도 항상 그녀를 느끼려고 애썼다.
그의 불행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가 반했던 여자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었다. 로테의 약혼자는 늘름하며 친절하고 남자다웠다. 무엇하나 흠집이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베르테르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그녀의 약혼자가 만약 망나니였으면 베르테르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찾기 위해 결투를 신청하고 그를 충분히 미워했을거다. 하지만 너무나 완벽한 로테의 약혼자를 보면서 미워할 수 없는 자기 괴리감에 빠지게 된다. 처음 그녀의 약혼자가 멀리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곧 그녀의 곁으로 돌아온 약혼자는 어느새 베르테르하고도 서로 담소를 나눌 정도의 사이로 발전했다. 한 마디로 사랑의 라이벌과 우애를 나눠버린 거다.
몇몇 사람들은 베르테르보고는 여자 하나 못 잊는 멍청이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베르테르 역시 로테를 잊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해왔다. 한 번은 아는 지주를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베르테르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랑하게 된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베르테르가 일하던 곳에서 파티를 열게 되었는데, 엉겹결에 베르테르도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파티는 귀족들만을 위한 파티였다는게 문제였다. 그 곳에서 베르테르는 큰 모욕을 당한다.
그 사건 이후, 베르테르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로테의 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베르테르는 거기서 더한 슬픔을 보게 된다. 로테는 이미 그녀의 약혼자였던 사람과 결혼을 하였고, 자기는 그런 그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곳에서 자신처럼 사랑에 실패한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된다.
주인 집 딸을 사랑하다 미쳐버린 하인부터, 사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하인까지. 베르테르는 그들을 보면서 흡사 자신의 미래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마음이 지쳐 있는 그는 순간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로테와 두 명이 있을 때, 그녀에게 키스를 해 버린 거다. 로테는 물론 놀랐다. 그리고 베르테르에게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베르테르는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않는 로테를 보며 또 한번 좌절을 맛본다. 그렇게 그는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렸을 적에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무척이나 재미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보게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가슴 아픈 청년의 이야기다. 사랑이라는 불치병을 앓아서 헤어 나려고해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에 빠져버린 그. 사랑이라는 병은 처음엔 무척 달콤하다 점점 그 상처가 깊어진다. 소설에서도 나오는 부분이지만 한 사람을 오래 보기 위해서는 적당히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은 정말 하나의 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한번 깊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