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위 동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디어 에번 핸슨은 사회 불안증을 겪고 있는 에번이라는 소년의 이야기다. 위 노래를 듣고 나서 든 생각은 어떠한가? 처음 이 책을 읽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감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당신은 지금 문을 두드리고 있나요?
에번은 생각보다 의기소침한 소년이다. 노래에서 그는 언제나 안에서 밖을 보는 존재다. 밖을 향해 계속 노크를 하지만 결국 허무하게 돌아오는 무시만이 되돌아온다. 그를 수록 에번은 더욱더 움츠려 든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세상을 향해 노크를 한다. 똑똑똑.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관심을 가져 주고 말 걸어달라고. 하지만 그 행동은 아무런 대답 없이 에번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에번이 계속 실패한 경험들만이 즐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자살까지도 실패한다. 그런 실패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에번을 만들었다. 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기 위해 공원의 간판에 페인트칠을 하지만 결국 인정을 못 받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상실해 간다. 그는 자신이 마치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있으되 있지 않는 사람. 누구 하나 말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아이. 그게 에번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속에 감춰두었던 감정을 딱 한 번 터트린 순간. 코너에게 들키고 만다.
하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대상에게 자기의 마음을 들키다니. 그것도 코너의 여동생에 대한 내용을...
2. 너도 나무에서 떨어진 적 있어?
에번이 빼앗긴 것은 사실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자신의 심리치료 숙제였다. 디어 에번 핸슨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을 것 같아로 시작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강제된 규칙이다. 그래서 에번은 매번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의 기분은 사실 전혀 좋지 않으니까.
그는 지금껏 거짓말을 해온 거나 마찬가지다. 그는 학교 가는 첫날에 엄마에게서 깁스에 친구들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받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에번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지만 에번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기 위해서 우스개 소리를 한다. 어떤 아이가 나무에 떨어졌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농담. 아무도 웃지 않을 그 농담을 에번은 우스개 소리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 마치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하지만 그 농담은 에번이 입 밖으로 꺼낸 말 중에 유일하게 거짓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없는 진실에 가까운 말이 농담이라는 거짓의 탈을 쓰고 입 밖으로 나온다. 에번은 그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자기의 생각을 내비치기 조차 힘들어하는 아이인 거다.
에번이 코너에게 빼앗긴 편지는 거짓으로 점칠된 그의 심리 치료 숙제 중 유일하게 거짓이 아닌 진실로 적은 편지였다.
그걸 코너에게 빼앗긴 거다.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켜서였을까? 에번은 코너가 그 편지를 학교에 떠벌릴까 봐 불안하다. 정말 혼자 아무도 없는 나무에 떨어진 것처럼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떨고만 있어야 했다.
3. 코너 프로젝트는 잘못된 것일까?
편지 쓰기 숙제를 빼앗기고 나서 전전긍긍하는 에번은 어느 날 코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유품 중 하나가 바로 자기가 쓴 편지였다. 코너의 부모님들은 오해를 시작한다. 에번이 코너의 단짝이 었다고. 처음에는 그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애쓰지만 결론적으로는 코너 부모님을 속이게 된다.
코너가 잊히는 걸 막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코너 프로젝트다. 코너 프로젝트의 핵심은 넌 혼자가 아니었어 였다. 이런 메시지가 나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코너가 가진 편지로 시작된 오해는 에번을 결국 코너의 장례식까지 가게 만든다. 그곳에서 에번은 장례식에 참여한 학생이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고, 코너에게 알게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혼자라는 거. 외롭다는 거.
코너 프로젝트의 출범식 날 에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한다. 자기가 정말 첫 연설을 할 자격이 있을지, 그리고 코너 부모님께 한 거짓말 등이 그를 압박하기 시작한다.그리고 떠밀리듯 올라간 출범식 무대. 에번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자기 속의 마음을. 외로움을 외치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에번은 자기의 심정을 진실로 말했지만, 그 말을 하는 무대 자체가 거짓으로 세워진 무대였다. 자기의 속마음을 거짓 위에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에번. 과연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
진실의 무대에서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에번과
거짓의 무대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현재의 에번.
아무리 책을 다 읽어도 이 상황에서 올바른 가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결론만 분명해진다.
전체적인 총평
디어 에번 핸슨은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에번의 심경에 공감이 되어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에번이 느낀 외로움. 투명인간의 느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과연 누가 에번을 욕할 수 있을까? 왜 거짓말을 했는지. 왜 당당하게 오해를 풀지 못하는지. 이런 답답함을 에번에게 말하는 것은 마치 실수로 물에 빠진 사람에게 왜 거기서 미끄러졌냐며 나무라는 것과 똑같다. 한 번도 자의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한 아이가 얼마나 발버둥 쳤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책은 엄청 쓸데없고 재미없는 책이 되고 말 것이다.
작은 행동에도 습관처럼 미안하다고 말하는 처음 장면의 에번에서, 나의 모습이 보여 더 공감이 되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