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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17. 2022

저녁 산책

22.08.17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퇴근 후에는 언제나처럼 저녁 산책을 한다. 천천히 거리를 걸어가면 이제야 집으로 오는 이들이 몇몇 보인다. 해는 져서 길가에는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골목을 돌 때면 그 집의 저녁 반찬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꼬르륵 


찌개 냄새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소리에 서둘러 근처 마트를 들어간다. 오늘은 고등어찌개를 해 먹을까 한다. 이미 골목집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고등어찌개라고 몸이 반응하고 말았다. 통조림 고등어와 거기에 넣을 채소 몇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밖은 이제 어둑어둑한 저녁이라 길거리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그 속에서도 유독 잘 보이는 불빛이 있다. 빨갛게 밝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는 담뱃불이었다. 속으로 누가 연초를 피지? 하며 슬쩍 불빛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자고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데. 하필이면 밑에 집에 사는 학생이랑 눈이 마주쳐버린 것이다. 사실 밑에 집이랑 친한 것도 아니지만 간혹 출근길에 밑에 집을 지나쳐야 하는 집 구조라서 몇 번 스쳐 지나갔던 적이 있다. 그리고 밑에 집 아주머니가 워낙 정이 많아 간혹 반찬거리 몇 번 얻어먹고, 약소하게나마 과일 몇 번 사다 드린 적이 있다. 그러면서 밑에 집 학생과도 얼굴을 어느 정도 튼 것이다.  


아씨 


학생은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왔다. 순간 겁이 났고 나는 도망갔다. 내가 도망가자 학생은 ‘아 진짜, 쫌’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나를 쫓아왔다 갑자기 산책길에 추격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지쳐버린 몸뚱이로는 젊은 학생의 체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헉헉. 아저씨. 봐… 봤죠.

헉, 헉, 뭐, 뭘 말이야.

저 담배 피우는 거

아. 알았어 이야기 안 할게. 원래 헉 헉 부터 할 생각 없었다. 

진짜죠. 헉 헉. 아저씨 믿어 헉 요.  


학생은 나에게 확답을 듣고서는 그제야 다시 자기 친구가 있는 골목으로 사라졌다. 갑자기 한 달리기는 내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만들었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는 어느새 찢겨져 고등어 통조림과 채소들이 골목 어디에 뒹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마트에 갈까 생각했지만, 귀찮음이 더 컸다. 결국 집 앞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주 하나를 사서 집으로 들어온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9시가 다 되었다. 라면을 끓이고 소주를 깐다. 저녁 산책… 다시는 하나 봐라.  

퇴근 후에는 언제나처럼 저녁 산책을 한다. 게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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