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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프포스트코리아 Aug 30. 2018

마냥 역경일 줄 알았던 결혼 준비를 통해 깨달은 것 9

‘결혼‘이라는 단어와는 달리 ‘결혼 준비‘는 여러모로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힘들 것 같고, 싸울 것 같고, 이래저래 고생할 것 같다. 인터넷에도 ‘결혼 준비’를 검색하면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오늘도, 수많은 커플들은 결혼을 결심했을 것이고 이번 주말 전국의 예식장은 미어터질 것이다. 결혼 준비가 그렇게 버티기 어려운 과정만은 아니라는 증거일 터. 혹시라도 결혼 준비에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이들을 위해 결혼 준비를 하며 느꼈던 것 9가지를 정리해봤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은 커플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해 주시길.


1. 100% 완벽하게 준비된 때란 없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못 한다는 이들이 많다. 자리도 덜 잡았고, 돈도 덜 벌었고, 빚도 아직 많고... 그러나 과연 100% 준비된 때가 올까? 20대에는 당연히 모자라고 30대에는 아직 모자라며 40대에는 여전히 모자란 게 우리네 삶.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고, 같은 마음으로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자. 또 사람이란 참 신기한 적응의 동물이라, 닥치면 다 하게 돼 있다. 아, 물론 100% 준비가 안 된 것과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된 것은 아주 다른 문제지만.


2. 준비 전 서로 재산을 까야 한다

100% 준비되기는 어려워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결혼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배는 곯지 않을 먹을거리와 더위와 비를 피할 보금자리는 있어야 하기에 서로가 가진 게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둬야 한다. 거기에 맞춰 함께하는 미래를 계획해야 더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각자 재산이야 어찌됐든 비용은 무조건 반반으로 나눠야 한다거나 있는 사람이 더 해야 한다거나, 뭐 그런 건 커플 바이 커플로 결정하면 된다. 어쨌든 각자 갖고 있는 것을 공개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불편할 수 있겠지만, 결혼하고 나서 속은 기분 드는 건 더 싫을 수 있다.        


3. 인터넷에서 찾아 봐야 최저가인지 아닌지 모른다


확실히 인터넷에는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결혼 준비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질질 끌고다닐 슬리퍼부터 아이폰X까지 거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을 인터넷 최저가로 검색해 찾고 또 찾아서 구매할 수 있는 알뜰한 스마트 세대지만, 근데 결혼은 그렇게 최저가 찾기 힘들다.


일단 네이버에 결혼 준비를 검색하면 ”결혼준비~ 저는 정말 저렴하게 XXX 웨딩에서 했는데요^^” 이런 블로그나 포스트 글들이 뜬다. 뭐라도 정보가 있을까 싶어 클릭하면 우리를 반겨주는 건 이런 애들이다.

이번에 XXX 웨딩 통해서 정말 싸게 잘 준비했는데요~^^
이제까지 XXX 웨딩 모르셨던 잇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애들만 잔뜩 뜨면서 ‘XXX 웨딩’이라는 상호명만 남발하다가 결국 ”가격 문의는 비댓(or 쪽지)으로 남겨주세요~^^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라고 글이 끝나버리면 그럴 때 내 기분... 어떨 것 같아...?

게다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평균 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비댓을 여기저기 남겨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어디에서는 300만원에 한 게 보통 시장 가격이라고 하는데 어디서는 90만원에 해 준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혼란에 빠진다. 300만원이 정말 좋은 퀄리티인지, 90만원이 정말 나쁜 퀄리티인지도 인터넷 세상 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확인도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또 직접 스·드·메 샵을 다 가 보고 다 찾아봐야 한다. 결국 인터넷으로 찾아 봤자다.


4. 스드메 구하기는 자취방 구하기랑 비슷하다


갓 스무살, 상경할 때는 부동산 없이 인터넷으로 자취방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피XX 카페 같은 데 들어가서 직거래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거기 직거래 매물로 나온 방들은 도무지 사람이 여기서 어떻게 사나 싶은 곳들 뿐이었다. 그 이상한 방들 둘러보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한 보람도 없이 결국 부동산에 가서 또 이방 저방 보다가 복비를 주고 방을 구했다. 결혼 준비의 꽃이라는 스·드·메 구하기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끝없이 나오는 라인프렌즈와 비밀댓글들에 환멸을 느꼈고, 결국 웨딩 박람회를 세 군데 정도 다녀왔다. 처음에는 나 혼자 가서 대충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고, 두번째는 예비신랑과 함께 가서 그때 상담을 받았는데 예랑이 한 군데만 더 보고 싶어해서 그냥 돌아왔다.

세 번째 돼서야 이제 가격도 알고, 어느어느 업체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식으로 프로모션 하는지 아는지 감이 와서 거기서 계약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그간 손가락에 쥐 나도록 스드메 가격비교를 검색했던 나날들이 스쳐갔다. 마치 처음 자취방을 구하던 그 날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5. 예단을 안 하면 시부모님이 싫어하실 수도 있고 안 싫어하실 수도 있는데 결혼 업체는 좀 그렇다

예단은 패스하기로 했다. 그런데 업체에서 한 번은 보고 가라고 해서 얼떨결에 예단 파는 사장님과 마주앉게 됐다. 예단 파는 사장님께서는 계속 내 쪽만 바라보면서


″안 하기로 하셨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게 안 해가면 시부모님들의 마음은 다르거든요. 말씀은 그렇게 하셨더라도 시부모님들이 이거 안 해가면 되게 마음이 그러시거든요. 시댁이 지방이시면 어머님들끼리 얼마나 고급 이불이 왔나 서로서로 말씀 분명히 나오시고 그렇거든요. 그래도 새로운 식구가 되는데 이런 선물은 반드시 있어야 시부모님들 마음이 좀 안 그러시거든요”


하셨다. 정확히 ‘그런’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미움받는 며느리 안 되려면 이걸 사’라는 거 같았다.


신랑이 ”저희 어머니는 비단이불 무거워서 싫어하시고 김태희가 광고하는 알**망 좋아하시는데여?” 해맑게 되물었더니 그게 또 실사용하는 거랑 시부모님 마음은 다르다며 ”며느리가 제대로 된 거 안 해오면 마음이 좀 그렇죠”라고 대답해 주셨다.

대체 뭐가 ‘그런’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으며 그 자리를 떴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단 안 해가는 우리를 보는 그 사장님은 참 마음이 ‘그런’ 것 같았다.


정작 우리 시부모님은 전혀 마음이 안 그러신 것 같은데...


6. 평생 들을 칭찬 다 들으니까 자신있게 행동하자

드레스를 입으러 가면 온갖 칭찬을 다 해 준다. 너무 잘 어울린다, 키가 크다, 얼굴형이 예쁘다, 어깨선이 예쁘다, 골반이 예쁘다, 쇄골뼈가 예쁘다, 허리 라인이 예쁘다, 심지어 나는 갈비뼈가 예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 당시 짱구마냥 되게 쑥스러워했는데 기왕 칭찬받는 거, 내가 이 세상 제일가는 슈퍼스타가 된것 마냥 자신감 넘치게 행동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7.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신랑의 모습은 영화에나 나올 뿐

드레스 투어를 할 때 보통 서너 군데의 샵에서 너다섯 벌씩 입어보게 된다. 맨 첫번째 샵에서 첫번째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을 보고서는 신랑이 그렇게 감탄할 지 모르겠으나... 마지막 샵쯤 가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몽롱하고 피곤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큰 리액션을 기대하기 힘들다.


드레스 투어 후에는 드레스 샵을 정해서 그 곳에서 촬영용 드레스와 본식용 드레스를 선택한다. 촬영용 드레스를 정할 땐 여러 샵을 돌지는 않기 때문에 전만큼 피곤하지는 않다.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드레스를 입었다 벗었다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신랑들은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커튼이 열리면 억지로 감탄하는 척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겠지만 이미 드레스 입은 걸 저번에 한 번 봤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어 보인다.

본식 드레스는 한 벌만 고르면 되기 때문에 그보다도 덜 피곤하지만, 이미 드레스 입은 모습 몇 차례나 본 신랑은 정말 억지스러운 반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일 피곤한 사람이 신부라는 걸 안다면 아무 리액션도 안 하진 않겠지.


8. 은행 대출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믿어보자...


다만, 2에서 얘기했듯 얼마를 대출 받았고 이자가 어떻게 되는지 꼭 공유하자.


혼인신고서만 두 사람을 묶어주는 게 아니다. 함께 대출받아서 산 공동명의 아파트도 두 사람이 어떤 역경과 고난도 헤치고 함께 가도록 묶어줄 수 있다.


9. 어쨌든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든다. 그래도 마냥 힘들기만 한 일은 아니다

이건 분명하다. 돈이 많이 드는 건 물론이고 시간도, 에너지도 정말 많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감정을 소모하며 싸우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과정이다. 옆에 있는 그 사람과 평생 밝은 미래를 그려낼 자신이 있다면!


글: 김현유 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에디터 


*다음 이야기 '웨딩 촬영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6'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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