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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프포스트코리아 Aug 24. 2018

태풍 '솔릭'이 인간과 지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

거대한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태풍은 무섭다. 태풍이 ‘할퀴고 갔다’는 표현은 농담이 아니다. 중심 풍속 초속 33m가 넘는 바람은 거대한 나무들이 밀집한 숲을 헝클어진 아침 머리카락 마냥 망치고 지나간다. 전신주가 뽑히고 차가 물에 잠긴다. 그러나 이런 태풍이 없다면? 태풍이 없다면 지구는 정말 큰 일이다.


태풍이 지구의 열 균형을 맞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 각 지역의 온도 차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태양의 고도가 높고 낮이 긴 적도 지방은 태양열을 많이 받아 덥고, 반대로 고도가 낮고 낮이 짧은 극지방은 춥다. 열은 곧 에너지인데 태풍은 적도 지방의 에너지를 직접 날라서 고위도 지방에 뿌려주는 일을 한다.


일단 태풍이 생기는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름이 시작되고 적도 근처(위도 5도~20도) 해수면의 온도가 섭씨 26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화가 일어나며 수증기를 많이 품은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때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전향력 때문에 소용돌이가 생기고, 급격하게 상승한 공기가 상층부에서 응결하며 잠열을 내뿜어 더욱 큰 상승기류(공기나 수증기나 따뜻하면 올라간다)를 만들면서 태풍이 생성된다. 생성된 태풍은 덥혀진 해수면의 에너지를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여 강화하며 이동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열대 폭풍이 지나간 자리의 바다라 빨간 색에서 노란 색으로 변한 걸 볼 수 있다. 해수면의 온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참고로 가장 위에 있는 사진은 태풍을 포함한 열대 저기압의 발생과 소멸 경로를 표시한 것인데, 적도 지방에서는 열대 저기압이 발생하지 않는다. 소용돌이를 일으킬 전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단순하게 말하면 결국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 공기와 물이 거대한 구름과 바람이 되는 과정이다. 에너지의 변화 측면에선 태양의 열에너지가 태풍의 운동에너지(비바람)와 위치에너지(하늘위의 물)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발생한 태풍은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하며 해수면 위에서는 에너지를 흡수해 강화하고 에너지를 흡수할 수 없는 육지나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하인 바다에 다다르면 비와 바람의 형태로 에너지를 뿌리며 소멸한다.


상스러운 말로 하자면 지구 에너지의 ‘나라시’를 하는 격이다. 적도의 에너지를 퍼다 중위도에 뿌린다. 물론 태풍만 이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중위도 지방의 폭풍 시스템, 해수의 이동 역시 지구 전체의 에너지가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인간은 이 거대한 시스템 위에서 겨우 살고 있다.

태풍이 없다면? 저위도는 훨씬 뜨거워지고 고위도는 훨씬 추워져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한편 이처럼 해수면의 에너지를 흡수해 발생한 급격한 상승기류를 ‘열대성 저기압’이란 하는데 이 열대성 저기압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Typhoon),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한다.


글: 박세회(허프포스트코리아 뉴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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