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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프포스트코리아 Jul 30.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나도 혈연에 끌리는 측면을 가졌다"

[허프인터뷰] '어느 가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범죄로 이어진 가족으로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도둑 가족’(한국 개봉명은 ‘어느 가족’)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또 일본 개봉당시 1주일만에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2003년 ‘아무도 모른다’에서 피로 연결된 어머니에게 버려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후 2013년에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가족이 혈연과 함께 보낸 시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의 신작 ‘도둑 가족’이 비추는 것은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 영화에서 어떤 생각으로 가족을 그렸을까?


이 인터뷰는 지난 6월, 허프포스트일본판에서 진행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올해의 영화제는 ‘inivisible people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테마였다”고 말한 바 있다. ‘도둑 가족’은 바로 일본 사회의 구석에 방치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바타’란 성을 쓰는 이 가족은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단층 주택에서 생활한다. 아버지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일용직 근로자이고, 엄마 노부요(안도 사쿠라)는 세탁업체에서 일한다. 엄마의 동생으로 보이는 아키(마츠오카 마유)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고, 이들 사이에는 쇼타(죠 카이리)란 이름의 남자아이가 있다. 가족들은 모두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가 받는 연금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오사무와 쇼타는 추운 거리에서 혼자 떨고 있던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집에 데려온다. 이후 이 가족의 이야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도둑 가족’이 ‘혈연’이란 것에 대해 “10년 동안 생각했던 것”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족의 인연이란 무엇일까, 란 의문을 다양한 형태로 그리면서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이후 10년이 지났는데, 혈연이 아닌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는 그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최근 10년 정도 나름대로 계속 생각해온 것이 작품이 되었습니다.”

혈연이 아니면 부모가 될 수 없는 걸까?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오랫동안 다루어온 테마다.


지난 2013년 공개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년간 키워온 아들이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혈연과 ‘함께 보낸 시간’ 가운데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아버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면, ‘도둑 가족’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그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들 때는 저 스스로 ‘나는 아버지가 된 건가?’라며 자문자답하던  시기였습니다. 내 아내는 확실히 엄마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건 뱃속에서 이미 아이와 10개월 넘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끝낸 후에는 꼭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진짜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를 낳아놓고도 괴로워하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낳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복잡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낳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사람을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배우 안도 사쿠라와도 겹쳐있는 것이었습니다.”

극중에서 노부요를 연기한 안도 사쿠라는 지난 2017년 6월, 첫 아이를 낳았다. ‘도둑 가족’은 출산 후 그녀의 첫 복귀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다고 말한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배우가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범죄로 연결된 불완전한 가족. 이들의 관계는 얇은 유리처럼 부서지기 쉽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은 따뜻하다. 분명 그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은 혈연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테마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때보다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도둑 가족’이 “혈연이 아닌 가족 공동체가 훨씬 더 훌륭하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피로 연결되지 않고도 인연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과, 혈연을 더 강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함께 있습니다. 특히 키키 키린이 연기한 할머니는 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더 큰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또 혈연의 사람들을 쉽게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낳은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코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그때 할머니는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닮은 얼굴을 보았지만, 행복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할머니의 그런 감정은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는 애증이 있죠. 할머니는 혈연에 구애받으면서 그런 애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도 ‘혈연’을 고집하는 측면을 가졌다고 말했다.

“내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봤습니다. 혈연보다는 함께 보낸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6년 동안 키웠던 아이를 놓아버리고 싶지 않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도 나와 피로 연결된 그 아이를 만나보고 싶기는 한 거죠.

혈연을 찾게 되는 건, 내 안의 보수성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의식하지 않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가치관이 있는 거죠. 그것은 부모에게 받은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또 이 사회에서 살다보니 그렇게 된 걸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보수적인 생물입니다. 그러니 그런 문제에는 눈을 감지 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보수적인 생각을 부정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작품에서 그리려고 하면 오히려 거짓말이 되고 마는 겁니다.”

‘도둑 가족’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칭찬하는 것도 아니다. 또 누군가를 단죄하려 하지도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2003)에서도 그는 아이들을 버린 어머니에 대해 비판적인 묘사를 하지 않았다. 그처럼 ‘도둑 가족’에서도 보이지 않는 장소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발생한 사건을 그대로 전할 뿐이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영화 속 할머니처럼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전혀 다른 공동체에서 희망을 찾는 노부요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오사무 같은 남자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모습을 영화에서 그렸습니다.”

글 : 生田綾, 南麻理江(HuffPost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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