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조용히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나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 나는 이 안에서
언제든 정리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섭섭함보다는
어딘가가 선명해지는 기분에 가까웠다.
그동안은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힘들어도 버티면 남는 게 있을 거라고.
잘 해내면 조금씩 자리가 단단해질 거라고.
하지만 그 순간 알게 됐다.
조직은 누군가의 노력만으로 유지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애써온 시간과는 다른 방향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해졌다.
자리로 돌아와 평소처럼 일을 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였고,
나는 여전히 그 일을 해냈다.
다만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얼마나 애써왔는지보다
왜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었는지를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날은 퇴사를 결심한 날이 아니었다.
당장 떠날 계획도 없었다.
다만,
이곳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밀어내지 않았던 날이었다.
마음이 먼저
조용히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