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썼던 힘

쓸모 있어 보이기 위해 감추어 둔 불안

by 허프

버티고 있었던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아침마다 적어도 한 시간은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누구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맡은 일이 아니어도 먼저 손을 뻗었다.

곤란해 보이는 쪽으로 몸이 먼저 갔다.

그렇게라도 필요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일이 잠깐 비는 시간이 가장 불안했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서 스스로를 더 바쁘게 만들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붙잡고 있었다.


문득문득

내가 이 조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예전에 했던 일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 정리했다.

이만큼 했고, 저만큼 기여했고

혼잣말처럼, 증명처럼.


오후의 나는 늘 멀쩡한 얼굴이었다.

피곤해도 티 나지 않게.

회의에서는 또렷하게 말하고

메신저에는 빠르게 답했다.


그때의 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쓴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쓸모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생존에 가까웠다.


버티고 있었던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매일 꽤 많은 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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