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만든 몇 가지 방식들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것들

by 허프

불안을 기록하기로 했다.

매일 밤 노트를 펴고, 오늘 어떤 순간에 불안했는지 적었다. 글로 옮기는 동안만큼은 불안이 잠시 멈춰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SNS도 점점 멀리하게 됐다. 다른 사람의 성과와 일상이 내 불안을 더 키웠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창밖을 보거나, 음악을 틀어두거나,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다. 주중뿐 아니라 주말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둔 루틴을 지켰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안정됐다.


통장 잔고를 자주 들여다보게 됐다.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출을 줄였고, 수입이 없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봤다. 막연한 불안을 숫자로 바꾸면 조금은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출근이 없는 날이면, 일부러 몸을 움직였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내렸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이 다시 올라올 것 같아 손을 계속 움직였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냥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해보려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시간이 조금씩 쌓였다. 사두고 읽지 않았던 소설책들도 꺼내 읽기 시작했다. 회사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불안을 없애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불안 속에서도 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것들이었다.


대단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꽤 필사적인 선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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