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현실이 되기까지

쓸모를 확인하고 싶었던 나

by 허프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일 막연한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조직 안에서 내 위치는 점점 애매해졌고, 회사의 방향은 자주 흔들렸다.


처음 몇 년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일이 즐거웠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끝까지 해내며 느꼈던 안정감이, 어느 순간 진짜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계속 내 존재를 증명하려 애썼다.


회의에서는 더 많이 말하려 했고, 작은 성과라도 눈에 띄게 만들며, 내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붙잡으려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기를 바랐다. 인정받고 싶었고, 소속감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쓸수록 불안은 더 깊어졌다. 사무실에 도착해 메일을 열면, 작은 붉은 점 하나가 경고처럼 느껴졌고,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아도 손은 계속 움직였다. 잠깐 숨을 고르는 순간에도 마음은 이미 이어질 회의와 업무에 쫓기고 있었다.


하루를 무사히 끝내도 '오늘도 충분히 잘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뒤를 따라왔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내가 속한 사업부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를 괴롭힌 불안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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