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나를 조금 바꿔놓은 것들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은 사람일까

by 허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없애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사업이 정리되고, 구조가 바뀌고,

그 안에서 사람의 자리도 함께 흔들린다는 것.


잘못된 건 없었다.

누군가의 판단이었고,

회사가 선택한 방향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탓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단조롭게 반복되던 하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앞에 놓인 일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이 일이 사라져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회사 밖에서도

나는 나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불안은 답을 주지 않았지만

질문을 남겼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은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무엇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지.


남들이 필요로 하는 방향이 아니라

내가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방향을.


그 과정에서

나만의 뾰족함이라는 말을 처음 떠올렸다.

모두에게 무난한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 분명한 결을 가진 사람.


조금씩

타인의 기준보다

내 감각을 먼저 확인하게 됐다.

설명할 수 없어도

어딘가 어긋난 느낌을 믿게 됐다.


돌아보면

불안은 나를 많이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안정해지는 방법보다

나를 이해하는 쪽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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