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감각

오래 가기 위해 남겨둔 것

by 허프

회사 안에 오래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일이 버거운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조금씩 흐려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적응이라고 여겼다.

조직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을 접어야 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됐다.

맞추는 일과 사라지는 일은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것을.


어느 시점부터

바꿀 수 있는 것과

끝내 손댈 수 없는 것이 또렷해졌다.


붙잡고 있을수록

내 안쪽만 닳아갔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를 잃지 않은 채 지나갈 수 있을까.


그때부터

일하는 나와

마음을 지키는 나 사이에

작은 간격을 두기 시작했다.


물러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그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상하게도

떠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이후에야

내 기준이 선명해졌다.


나는 모든 것을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라,

몇 가지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돌아보면

회사 안에서 배운 것은

어디까지 나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었다.


어디까지는 함께 갈 수 있고

어디부터는 조용히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회사는 계속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 형성된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잘 견디는 사람보다

자신의 결을 알아보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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