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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Nov 28. 2023

진심이 담긴 격려, “같이 고민해봐요.”

[상가교회 분투기 3] 상가교회 인테리어 중입니다

  [상가교회 분투기 3] 상가교회 인테리어 중입니다
 

  교회개척(개척교회)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목회자가 한 명 있다. 광염교회(감자탕교회) 조현삼 목사님이다. 유명한 <감자탕교회 이야기>는 지금이야 ‘포이에마’ 출간으로 되어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김영사’에서 출간되었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 책을 아직도 소장하며 몇 번이나 떨리는 가슴으로 탐독했었다. 20년 전, 아직은 목회에 대한 생각보다 선교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대학 시절, 그의 목회철학은 청춘의 가슴을 일렁거리게 했고,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이 더욱 선명해지는 나침반이 되었었다.     


  또한 조현삼 목사님을 떠올리는 것은 주변 목회자들에게서 광염교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 때문이다. 내심 부러웠다. 개척교회가 광염교회의 적잖은 도움을 받아 안정적인 공동체를 세워나가는 데 대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교회를 개척하는 데 있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동역하는 광염교회의 그 진심이 부러웠다. 내 것을 더욱 크고 부요하게 확장시키려는 상향성의 욕망이 아닌 하나님나라의 사명을 격려하는 동행사역에 벅찬 감동이 인 것이다.    

  


  개척과 진배없는 상가교회 청빙이 결정되고, 사역하는 교회 교구에서 장례가 났다. ‘서울-대구’를 왕복하는 장거리 일정이었다. 교구 내 경조위원장으로 섬기는 안수집사님과 교대로 운전할 수 있음이 다행이었다. 유가족에 주님의 위로하심을 전하며 장례 예배를 드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땅거미가 지고,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졸음을 이기기 위해 음료를 들이키는 중이었다. 별안간 안수집사님이 물었다.      


  “목사님, 부임하는 교회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예기치 못한 어퍼컷을 맞은 느낌이다.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뒤로 걸어보자. 전날 밤, 아내와 교회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월세 내는 작은 상가교회 형편상 사실 인테리어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해서 교회 부임하게 되면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헌물하며 들어가자고, 낡은 공간이기에 어느 정도 인테리어도 필요하니 그것도 고민해보자고 머리를 맞댔었다. 그런데 24시간 후, 난데없이 교회 인테리어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아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여건이 허락되면 조금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순간적으로 성령의 감동이 일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전부터 광야의 길을 가려는 젊은 목회자에 대한 격려의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안수집사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덤덤하게 한 마디 툭 던지는 것이다.


  “목사님, 그런 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같이 고민해봐요.”     


  빗방울은 금세 그쳤다. 아니 내 안에 근심이 그쳤다. ‘같이 고민하자’는 말 한마디는 내게 울림이 되었다.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격려 한 마디에, 주님이 너의 가는 길에 함께 하신다며, 빛을 비추시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감히 말하기 어려운 사안인 것을, 하나님께서는 뜻밖의 상황에서 반짝이는 은혜의 별들을 머리 위로 쏟고 계셨다. 


  공간이 넓지 않은 오래된 건물이라 인터넷에서 보던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작게나마 유아실을 만들 희망에, 식당 테이블을 설치할 계획에, 오렌지빛 무드등을 달 설렘에 그 작은 것들에 감사와 감격이 복받쳐 올랐다. 늘 책에서만, 인터넷에서만 보던 광염교회의 이야기가 내게도 펼쳐진 것이다. 아니 모든 교회에 함께하시는 주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은혜는 흘러갈 것이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교회를 개척하려는 이를 우리 교회에 보내주시면 그에게도 오늘 나와 같은 놀라운 기쁨이 쏟아지도록, 진심으로 동역하려 한다. 믿음이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해지는 삶이, 우리 바꾸는교회의 정체성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교회를 찾는 이에게 답을 가르치는 것도 좋겠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더 품어주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나는 또 ‘바꾸는교회’는, 누구에게라도 그렇게 말하는 목회자와 교회가 되고 싶다. 


  “같이 고민해봐요.” 

현재 교회 주방 및 교제 공간, 이곳에 작은 유아실을 만들 예정이다.

  #바꾸는교회 #상가교회 #교회개척 #청년교회 #광염교회 #교회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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