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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Aug 31. 2020

‘야, 너두’ 새벽에?

[낭만 그리스도인 #6]

  [낭만 그리스도인 #6] ‘, 너두새벽에?      


  여전히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 열풍이다. 2016년 발간된 할 엘로드의 <미라클 모닝>은 네이버 리뷰만 1000건이 넘었고, 구글 524,000건, 인스타에서는 12만 건 이상이 검색된다. 유튜브나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 등 어제, 오늘도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그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내 직관적인 기억에 의존하자면 유튜브에서 김유진 미국변호사가 올린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저의 하루를 공개합니다’라는 브이로그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다(현재 조회수 약 170만).   


  사실 미라클 모닝 같은 류의 책이나 시도들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MBC에서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이란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꿈과 희망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하게 헤쳐 나가는, 새벽 첫 버스를 타는 서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잔잔한 감동과 자극을 주었던 프로로 기억된다. 2003년에는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형 인간>은 당시 발간되자마자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침 시간 관리를 통한 자기계발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도전을 주었고, 선구자적 역할을 한 그의 책 이후 여러 변주들을 통해 ‘새벽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게다가 단순 시간 관리에 관한 자기계발서는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출판되어 관심 있는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내 경우에도 1999년 선교 단체 선배로부터 선물 받은 하이럼 W. 스미스의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 내용에 적잖이 충격 받아 한동안 자기계발서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거금을 주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구입해야 하나 고민했던 나는 유사 다이어리를 통해 시간 관리를 해나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니 2016년에 발간된 이 책 내용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결국 ‘새벽을 깨워 그 시간을 멋지게 디자인해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아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계발서 특히 시간 관리에 대한 진부한 주제를 들고 나온 수많은 책들의 범람 속에서 이 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신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할 엘로드의 대한 소개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교통사고 후 영구적인 뇌 손상을 포함한 심각한 부상, 그럼에도 이 모든 역경을 이기고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초월적인 사람(울트라마라토너를 포함한)’. 그렇다. 그는 단순히 논리적 이론과 스피치의 기교가 아닌 대중을 설득할만한 삶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기독교 내에서도 새벽형 크리스천에 대한 담론은 항상 관심 주제였다. 2000년대 초중반 많은 기독교인들은 당시 청년 사역의 신드롬을 일으킨 삼일교회 전 모 목사의 새벽을 깨우는 도전적인 설교와 문봉주 목사(당시 외교관)의 <새벽형 크리스천>와 같은 책에서 영적 영감과 실천적 동기부여를 얻었다. 또한 호불호를 떠나 김남준, 김동호, 김진홍, 김삼환, 오정현, 맥스 루케이도, 헨리 나우웬, 조엘 오스틴 목사까지 여러 목회자들의 새벽이 키워드로 들어간 설교집이나 책들을 발간하며 새벽 영성을 강조했다.      


  ‘새벽’ 키워드는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새벽에 유튜브로 많은 목회자들의 영감 있는 설교를 접하면서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마음을 묵상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탁월한 설교자가 많지만 최근 접한 노진준, 김병년, 김병삼, 김일승, 정준경, 김선의 목사님들의 설교는 영적 무력함을 깨워 주님이 주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품고, 삶을 약동하게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주목하는 실천적인 목회자가 한 명 있다. 웨이처치 송준기 목사다. 그는 매일 3시 47분에 기상한다. 말 그래도 새벽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블로그: http://blog.daum.net/truechildren/1579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nuf6EMfpiBo  

     

  나는 그를 보며 여호수아가 떠올랐다. 흔히들 여호수아에게서 리더십을 묵상하지만 나는 그가 한 행동의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여호수아 3 :1 또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호수아 6 :12 또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니
여호수아 7 :16 이에 여호수아가 아침 일찍이 일어나서
여호수아 8 :10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여호수아는 철저하게 새벽을 살았던 인물이다. 새벽을 살았기에 인생이 잘 풀린 케이스가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의 소명을 알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한 사명을 알게 되면 새벽 시간을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완수할 계획을 세우고,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기 위해 새벽 시간부터 깨어 영육 간에 예열한 것이다. 단순한 지적 가르침을 넘어 실제적으로 부딪히고, 함께 살아내는 스토리. 송준기 목사의 이러한 도전은 시대의 파고에 휩쓸려 혼돈 속에 방황하고, 무력해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 반향을 일으킨다(그가 출간한 책들도 추천한다).


  성경에는 아침 일찍 혹은 새벽을 배경으로 한 사건들의 기록이 많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홍해를 건넜던 때, 모세가 두 번째 십계명을 받은 때, 믿음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다니엘이 사자굴에서 나온 때, 여리고성이 함락되었을 때, 야곱이 얍복강에서 밤새 하나님과 씨름하며 기도하다 마침내 하나님의 응답을 받고 이스라엘로 개명된 때, 엘리야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까마귀를 통해 떡과 고기를 공급받은 때, 베드로가 물 위를 걸었던 때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 등이 모두 새벽(아침 일찍)에 일어난 사건이다. 뿐만 아니다. 아브라함, 야곱, 모세, 기드온, 다윗, 한나, 베드로, 사도 바울, 여호수아 그리고 예수님 등 성경 속 주요 인물들은 새벽을 깨워 기도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새벽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벽은 의미 있는 시간으로 각인되어 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하나님의 간절한 도우심을 구할 때, 하루의 시작을 주님께 드리며 승리하는 삶을 원할 때, 무엇보다 오늘 하루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할 때 새벽을 깨워 기도의 자리에서, 말씀을 묵상하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더 이상 반박이 필요 없는 모범적인 크리스천 라이프다. 이런 루틴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보다 풍성한 영적 생활이 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눈을 뜨자마자 간단한 기도 후 운동을 하거나 새벽 알바를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굿 무브다. 우리 몸도 주님의 귀한 성전이므로 귀하게 여기고,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실한 새벽 라이프를 지속적으로 살아내는 이들에게 주님의 평강과 은총이 임하기를 바란다.      


  한편으론 ‘새벽’이라는 단어에 너무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결국은 상황과 맥락에 따른 성실한 행동력, 실천력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새벽 근무자, 밤샘 근무자, 격일 근무자, 불규칙한 시간에 일하는 플랫폼 근무자,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해외 영업 담당, 아이 키우는 가정 등 고정된 새벽 시간 확보가 어려운 이들이 많다). 그것을 추동시키는 것이 바로 말씀이다. 결국 성경의 가르침 즉 ‘하나님은 누구이고, 하나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나의 소명을 찾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고민과 기도에서 하나님의 주신 사명을 파악하며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라이프가 실행되는 것이다. 이는 때를 핑계 삼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환경과 상황을 뛰어넘어 동일하게 발휘되는 탁월한 능력이다.    

  

“인생은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실행하는 대로 된다.”       

  


  그럼에도 새벽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더 자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이불 속의 달콤함을 이겨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비전을 확인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비추는 선한 영향력을 살아가는 첫 시간의 시작은 정말이지 숭고하기만 하다.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지개를 켜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언제나 빛이 난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새벽을 잘 살아냈으면 한다. 새벽 묵상에서 얻는 지혜, 새벽 기도에서 누리는 평안, 새벽 운동에서 취하는 건강, 새벽 독서에서 기대하는 성장, 새벽 일터에서 깨닫는 삶의 경이.      


  해서 나 역시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하나님과의 딥택트를 위한 한 가지 실험을 해보려 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다른 동네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하리니 나는 이 일을 위해 보내심을 받았노라 하시고”(누가복음 4:43)     

  

  예수님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 일에 보내심을 받았음을 선포하는 장면이 누가복음 4장 43절에 기록되었으므로, 새벽 4시 43분을 그리스도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한 보석 같은 시간으로 마련하려고 한다. 단순한 성경 묵상이나 기도 행위를 넘어선 기독교 세계관의 확장이 될 것이다. 출사표라기엔 거창하다. 다만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그 고백대로 살아내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꼭 새벽이 아니더라도 삶의 자락마다 그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난 후, 어떻게 달라질까? 그때 하나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며, 또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실까? “야, 너두 새벽에?” 한 가지는 꼭 기억하며 새벽을 맞겠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마가복음 12:30-31)      


  모든 시작과 과정과 결과에 이러한 은혜가 온전하여지길 기도한다.


#새벽기도 #말씀묵상 #글쓰기 #이웃사랑 #새벽기상 #시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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