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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Aug 12. 2020

‘낭만 그리스도인’을 시작하며

[낭만 그리스도인 #0]

  야간 알바를 하며 고단한 하루를 온몸으로 맞서는, 상사 갑질에 시달리며 오늘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픈 가족으로 인해 눈물을 훔치다 심신이 지쳐있는,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취업과 수험 전선에서 절규하는, 내 얘기 들어줄 이 하나 없이 외로움에 허덕이는,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 때문에 상대를 고민하는, 정신없이 달려오다 내 인생이 어디쯤 와 있는지 혼란스러운,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항상 자기검열하게 되는, 어쩌다 마주한 좋은 기회도 낮은 자존감으로 애써 부인하게 되는, 교회는 다니지만 교회에 마음을 주기가 어려운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저를 물고 태어나 걱정 없이 미래를 준비하는, 명문대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자꾸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외모로 주목받는, 뛰어난 두뇌를 믿고 자기 확신으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곤란한 처지에는 무관심하며 자신의 가치 창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무대 위에서의 사역을 꿈꾸는, 정치적 어젠다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토론하기 좋아하는, 매 순간 기적적인 체험의 은혜를 갈망하는, 교회를 자신의 사업 확장이나 사회적 관계망의 지렛대로 삼는, 몇 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블로 소득으로 인생길이 핀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사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며 건넬 수 있는 한 마디 말이 있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다. 주님의 십자가 은혜다. 성부 하나님의 계획과 성자 예수님의 사랑 그리고 성령님의 동행하심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성과 감성 때로는 신비함으로 충분히 설명해 준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내가 바라는 자기중심적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이 어떤 분이며, 어떤 일을 하시는가’에 대한 답을 아는 인생은 너무나 거대하고 아름다운 그 사랑에 압도되어 주님의 발아래 겸손히 엎드리게 되기 마련이다.      


© garethharper, 출처 Unsplash


  낭만(浪漫),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누구나 낭만을 꿈꾼다. 낭만은, 내 마음이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했음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어 추억하는 말이다. 함께하는 ‘우리’ 속에서 내가 가장 ‘나’다웠던 고마운 시간들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낭만이 애틋하다. 우리는 기억한다. 교회에도 분명 낭만이 있었다. 주님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었던 마냥 행복한 때가 있었다. 크리스천이라 자기 믿음을 고백한 이들의 심장에는 주님과 사랑을 나누며 함께한 낭만이 아로새겨 있다. 그리스도의 뜨거운 피가 흐르던 그 삶은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기를 주저함이 없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정의와 선을 선포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그랬었는데, 그 낭만이 흔들린 지 오래다. 교회를 다닌다고 삶이 극적으로 변화하지 않더라는 고백은 심심찮게 들었다. 오히려 실망만 늘고, 관계 안에서 생채기가 난다. 방황이 일상이 되고, 굳건할 거라 믿어왔던 내 믿음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놀라운 건 그럼에도 여전히 적잖은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에서, 교회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말씀을 붙들고, 새벽마다 철야마다 가슴을 치며 애통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뭘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답은 알겠다. 백 번을 묻고 따져도 답은 예수 그리스도다.       


  낭만 그리스도인을 시작하는 이유다. 기독교를 설명하고, 복음을 전하는 많은 플랫폼들이 있다. 섬광 같은 예지와 탁월한 영성, 감각을 깨우는 실력으로 무장한 많은 목회자들과 신학 덕후 그리고 크리스천 작가와 크리에이티브들이 있다. 그런데 나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주님의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장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굳이 어렵지 않아도, 애써 힘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또 어떤 일을 하시는지’에 대해, 그것에 ‘직면하고 묵상하는 우리와 나 자신’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공간 말이다.      


  그래서 이곳은 소스라치게 진부할 수도 있다. 어쩌면 바닥이 드러나는 얕은 지식과 가벼운 글 타래에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심의 진실함만큼은 지켜 나가고 싶다. 교회 안에서 자신을 포장하기에 지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기가 고단한, 무엇보다 교회 공동체 안에 있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외로운 그런 이들이 마음껏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이야기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아날로그적 관계와 교류 속에서 무력한 신앙을 일깨우는 그리스도인들의 쉼터와 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낭만 그리스도인’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1. 짧은 묵상이나 신앙 에세이를 나누는 [일상 서신]
2. 기독교 세계관으로 서평하고, 크리스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M_Book]
3. 7년간의 세계 일주를 포함한 여행과 나들이 이야기 [낭만 여행]
4. 이 외의 주제에 관한 [언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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